‘기시다와 불화설’ 아베, 파벌 정치 전면에…
지난해 9월 건강 문제 등으로 총리직을 사퇴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막후 정치를 끝내고 무대 전면에 나선다. 퇴임 후 물밑에서 움직이던 아베가 대놓고 정치적 기반을 다진 배경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불화가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회장으로 취임해 ‘킹메이커’ 등으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최대 호소다파 회장 취임
아베파로 개명 영향력 강화 전망
경쟁 상대 하야시 외무상 내정한
기시다 현 총리에 불만 고조
10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의하면 호소다파는 아베 전 총리에게 호소다 히로유키 회장의 후임으로 취임해 파벌을 이끌어달라고 요청하기로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아베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에 재취임하면서 호소다파의 전신인 마치무라파를 탈퇴한 지 약 9년 만에 파벌로 복귀하게 된다. 그는 총리 재직 중에는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호소다파의 지주 역할을 했는데 회장 취임을 계기로 한층 영향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호소다파는 ‘아베파’로 이름을 바꿔 달게 된다. 호소다파는 87명의 의원이 소속된 자민당 내 최대 규모의 파벌이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회장인 당내 2위인 아소파(48명)의 두 배에 육박하는 세력이다. 결국 자민당 전반에 대한 아베의 입김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복귀는 일단은 호소다가 중의원 의장으로 내정된 것이 표면적인 계기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한 불만이 아베의 파벌 복귀를 앞당긴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는 최측근인 다카이치 사나에를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를 관방장관으로 각각 앉히려 했지만, 기시다 총리가 이를 전부 거부했고, 호소다파 역시 각료나 당 요직에 전보다 적게 임명됐다.
기시다와 아베의 불화설은 지난달 말 총선 때 참의원에서 중의원으로 갈아타기에 성공한 하야시 요시마사 전 문부과학상이 외무상으로 내정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아베와 하야시는 지역구(소선거구)를 놓고 미묘한 관계에 있으며 향후 대립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아베의 지역구는 야마구치 4구이고, 하야시는 이번에 야마구치 3구에서 당선됐는데 현행 4개인 야마구치현의 선거구가 다음 중의원 총선 때 3개로 감소할 전망이어서 둘이 지역구를 놓고 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하야시 의원이 부상하자 위기감을 느낀 아베의 불만이 커졌다는 것이다. 닛칸 겐다이는 “하야시를 외무상에 기용하는 것에 대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노발대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아베와의 거리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가 관건이다. 최대 파벌 수장과의 정면 대립은 당내 기반을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아베를 추종하는 것은 기시다의 독자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낳을 수 있다. 게다가 아베 정권 시절 문제가 된 사학 비리 의혹 등과 맞물려 유권자 이탈도 우려된다.
지난달 총선에서 자민당이 전체 465석 중 261석이라는 ‘절대안정 다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기시다는 지도력에 대한 첫 시험을 통과한 상태다.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하면 그는 장기 집권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베를 비롯한 당내 실력자를 중심으로 권력 다툼이 재연될 수 있다. 이 경우 아베가 다시 ‘킹메이커’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아예 총리로 세 번째 등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