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요즘 '메타버스'가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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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혜 배우·경성대 교수

정부·기업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의 메타버스관 개관을 추진하고 있으며 SM엔터테인먼트는 자체 메타버스인 SM컬처유니버스를 만들어 소속 가수들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더 세임(the SameE)이라는 가상 공간을 만들어 팬들이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나 포스터를 감상하고 굿즈 상품을 볼 수 있게 전시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혹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시켜 탄생된 단어로, 3차원의 가상 세계를 가리킨다. 쉽게 이야기하면,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 사람 캐릭터를 넣어 활동하게 하는 세계이다.

정부·기업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
인형 놀이처럼 아바타로 창의력 발휘
현실·가상 경계 없애 비대면으로 업무

학생 눈높이 맞춘 수업 환경 조성 위해
부산시교육청, 교육 현장에 도입
소통과 교감 융합된 참교육 진행되길



어린 시절 바닷가에 앉아 주방인 것처럼 조개로 그릇을 만들고 흙으로 밥을 지어 친구랑 엄마, 아빠 역할을 연기했던 소꿉놀이를 컴퓨터 속에서 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주방이라는 공간을 상상하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음식과 도구로 멋지게 만든 요리를 입에 넣는 시늉을 하며 놀았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주방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가스레인지, 프라이팬, 각종 음식 재료 등 필요한 물건들을 세팅하고 엄마, 아빠 캐릭터를 집어넣어 움직임을 실행시키는 등 자신들이 원하는 소꿉놀이 모습을 실제로 꾸미면서 즐길 수 있다. 머릿속 상상으로만 이루어졌던 모든 것을 컴퓨터 안에서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는 사용자와 꼭 닮은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개개인이 온라인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구성함으로써 현재 10~20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때는 핸드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나와 유사한 생김새의 만화 캐릭터를 창조한다. 컴퓨터 속 가상 공간에서 나를 대신하여 움직이는 아바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바타의 표정, 몸짓은 물론 헤어, 메이크업, 의상까지 모든 요소를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나와 닮은 캐릭터가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대리 만족은 재미의 덤이다.

코로나19로 만나기 어려운 지인들과 모임도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수월하다.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 각종 파티를 열어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실시간 만남도 손쉽게 이루어진다. 그 안에서 함께 모여 게임을 하거나 댄스를 추는 등 공통된 취미 활동을 즐긴다. SNS 기능이 있어 현실이 아닌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를 이용하여 음성과 문자로 소통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이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모습은 마치 옛날 인형 놀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한 인형을 이쁘게 꾸미고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연출하고 친구들과 인형을 움직이며 놀았던 그 인형 놀이가 지금은 디지털화된 인형 놀이로 탈바꿈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오락적 측면에서는 비슷할지 모르나 2억 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자유롭게 자신의 모습을 표출하고 다양한 경험을 즐기며 더 넓은 세계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MZ세대의 욕망을 채우기에는 아바타를 활용한 메타버스가 최적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반면, 사회·경제·문화 분야에서 쓰이는 메타버스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현실 공간을 재현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최대한 없애고 현실 업무 또한 가상세계에서 처리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개인의 재미와 만족 추구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메타버스가 활용된 것이다. 현재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는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혼자 방 안에 앉아 실존하는 내가 아닌 아바타를 이용하여 가상의 세계 안에서만 지내는 시대가 온다면 우려되는 점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든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현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자 아바타를 이용해 능동적 수업 참여를 이끌려는 계획일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게임을 즐기듯 재미난 수업환경을 조성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회성 형성이나 심리적·정서적 발달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메타버스 교육은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혁신적인 시도임은 틀림없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만을 따라가다가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무엇인지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는 교육 환경 변화와 함께 소통과 인문학적 교감이 융합된 올바른 교육의 장이 형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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