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으로 막 내린 40대들의 ‘치정극’
부산 북구 구포동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 40대 남성이 나흘 만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흉기를 미리 갖고 있었고, 단속이 까다로운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 사전에 준비된 범행이라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구포동에서 지인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한 40대 남성 A 씨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경찰서로 찾아와 자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34분께 구포역 인근 골목에서 지인 사이였던 40대 남성 B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한 여성 두고 남성 2명 갈등
한 남성이 다른 남성 흉기 살해
범행 후 도주했다 경찰에 자수
경찰이 확보한 구포역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주변 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이 함께 골목길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특히 A 씨가 B 씨를 뒤따라가며 품속에서 흉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꺼내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골목 안에서 A 씨는 B 씨에게 흉기를 수차례 휘두른 뒤 곧장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B 씨는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응급 처치를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도중 숨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한 여성을 두고 B 씨와 다툼을 벌이다 살인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 직후 단속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닌 A 씨는 경남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지인의 차량을 번갈아 옮겨타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그러나 경찰이 도주를 도운 지인들을 속속 찾아내 임의동행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자 A 씨는 끝내 도주를 포기하고 사건 발생 나흘 만에 직접 경찰서로 찾아와 자수했다.
A 씨의 몸에서는 마약 투약 흔적도 발견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그가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거나, 도주 과정에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마약에 손을 댔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손혜림·이상배 기자 hyerim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