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재난 현장 누빈 의용소방대원, 국민훈장 받았다
부산에서 무려 17년간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한 의인이 국민훈장의 영예를 안게 됐다. 강창순(사진·64) 사하소방서 남성의용소방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강 대장이 ‘제59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현장에서 의용소방대원으로 일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강창순 사하소방소 의용대장
‘소방의 날’ 맞아 목련장 수상
숱한 화재·수해 현장서 맹활약
국민훈장 목련장은 일반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이다. 부산에서는 2000년대 이후 의용소방 업무와 관련해 이 훈장을 받은 건 강 대장을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화재가 벌어지면 본업도 제쳐두고 현장에 달려간 공로를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강 대장이 의용소방대에 처음 몸을 담은 건 지난 2004년이다. 사하소방서 의용소방대가 창설되면서 소방대원으로 참여한 것. 그 후로 올해까지 17년째 본업과 의용소방대 업무를 병행해 왔다.
‘현장의 작은 힘이 재난 시엔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강 대장의 평소 소신. 농산물 제조가공업을 하는 그는 사하구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지면 만사 제쳐두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난 2019년 10월 사하구 구평동에서 발생한 산사태 구조 현장에서는 이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정식 소방공무원은 아니지만 의용소방대원으로서 숱한 화재와 수해 등 재난 현장을 경험해 현장에선 자타공인 ‘베테랑’이다.
강 대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화재와 여러 사고로부터 이웃을 지키고 싶어 의용소방대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소방대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출동하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그보다 더 많을 때가 있다”며 “동네 주민은 소방대원보다 현장에 먼저 도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서로를 보호하고 지역을 지킬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의용소방대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 대장과 의용소방대원들은 평상시에는 취약계층을 찾아 자원봉사를 한다. 재난이 아니더라도 이 역시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주민을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베테랑’ 강 대장은 정년인 65세가 되는 내년에 17년간 몸담은 의용소방대를 떠난다. 그는 “작은 힘들이 많이 모여 서로를 지키는 부산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곽진석 기자 kw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