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문 닫는 백신접종센터… 병원들 ‘접종 독박’ 과부하
이달 시작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즈음해 부산의 백신 예방접종센터가 속속 문을 닫으면서, 백신 접종 업무로 불똥이 튄 위탁의료기관에서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일선 병원에서는 센터 폐쇄 전에도 이미 오접종 사례가 계속 발생했던 터라 여기에 독감 백신 접종, 부스터샷까지 몰릴 경우 적잖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10일 부산시와 구·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부산진구와 사상구를 제외한 부산 14개 구·군에서 백신접종센터 운영을 종료했다. 부산진구와 사상구의 백신접종센터는 이달 31일 운영을 종료할 예정이다. 대부분 4월에 개소해 운영 6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부산 14개 구·군 지난달 문 닫고
부산진·사상구 이달 말 운영 종료
진료에 독감 백신 겹친 일선 병원
부스터샷 시즌 ‘업무 마비’ 우려
부산시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부산시 전체 인구의 79.6%(267만 881명)가 1차 접종을 받았고, 75.7%(254만 995명)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접종률이 70%가 넘어가면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접종센터의 시설을 철거하고 해당 공간을 기존 용도나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계획을 세운다. 16개 구·군청 중 유일하게 백신 접종을 목적으로 건물을 신축한 동구의 경우,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착공해 5월에 문을 연다.
이처럼 접종센터가 폐쇄되면서 접종 업무는 일선 병원 몫이 됐다. 현재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의료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은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모든 접종 업무는 병원에서 이뤄진다. 부산시 내 위탁의료기관은 1210곳이다.
백신 접종 업무 ‘독박’에 기존 진료 업무와 독감 백신 접종, 부스터샷 등 변수가 더해지면서 병원에서는 과부하를 호소한다. 동구의 A병원 감염병관리실 관계자는 “한창 때에는 하루 300명까지 사람이 몰려 진료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며 “지금도 하루 평균 100명씩 이어지는데, 부스터샷 접종까지 하면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신 접종을 목적으로 운영된 접종센터와 달리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업무를 병행하는 만큼 혼선이 더하다. 접종 접수부터 대진표 작성, 체온 측정,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구별 스티커 부착까지 기존 인력으로 처리하다 보니 업무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동구 B병원의 간호사 김 모(34) 씨는 “오접종을 예방하기 위해 독감과 백신 4종류 접종 공간을 모두 분리해 운영한다”며 “복잡한 접종 업무에 어르신들 접종 안내까지 업무가 늘어 피로감이 크다”고 말했다.
인력난도 제기된다. 일반 의사들이 담당하는 예진 업무의 경우, 의사 1인당 하루 100명 예진이 가능하다. 대학병원의 경우 인턴의사의 예진 등의 선택지가 있지만, 인턴이 없는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과에서 주기적으로 차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A병원 관계자는 “진료를 보고 환자 상태에 대한 의무기록까지 일일이 남겨야 해 진료업무를 못 보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A병원에서는 업무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 계약직 직원들을 고용했다고 전했다.
이미 일선 병원의 오접종 사례는 계속 나온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 6월 동래구의 한 병원에서 나온 오접종 건수는 185건, 지난달 해운대구의 한 병원에서 나온 오접종 건수는 145건에 달한다. 백신 종류가 늘어나고 접종 기간이 늘어나면서 분류를 잘못하는 사례나 유효기간 관리를 하지 못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예방접종센터가 폐쇄된 이후 여러 업무가 병원으로 몰릴 경우 적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아직 예방접종센터를 운영 중인 지자체에서도 바싹 긴장한다. 사상구의 C병원 관계자는 “접종센터가 11월 말로 문을 닫은 이후를 대비해 병원 자체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부스터샷 접종 시기가 오면 사람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예약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윤순희 접종기관운영팀장은 “의료기관의 업무 과부하를 막기 위해 요일제를 시행해 백신접종을 운영한다“며 ”오접종을 막기 위해 부산시에서도 지속적으로 점검과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