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선 후보에게 지역발전 확답을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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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결정되고, 사실상 본격적인 대선전에 들어갔다. 후보들은 다투어 지역발전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재원은 한정이 돼 있다. 그런데다 지역 간 경쟁이나 갈등이 공약 이행에 장애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지역이 먼저 살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또 대통령 취임 후에 반드시 지키겠다는 확답도 받아 내야 한다.

1997년 10월 부산 상공인들은 조순, 이인제, 이회창, 김대중 등 유력한 대선 후보 4명을 차례로 모두 초청해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부산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창설된 이후 최초로, 또 지역 상의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대통령 후보 토론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역경제의 현안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부산경제의 실상을 알리고, 미리 지원 약속을 받아놓기 위해서였다.

당시 상의회장이었던 필자는 그해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후보에게 수도권과 지방의 심각한 불균형과 정부의 수도권 위주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균형발전에 앞장서줄 것을 요청했다. 또 부산이 살길은 역대 정부가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과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등에 명시해 놓았듯이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물류 무역 금융도시가 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선물거래소 부산 설립을 지역공약 1호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후보들을 초청한 1997년 당시는 이미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45%가 몰려있었다. 경기도는 타지역에서 한 해 약 30만 명이 유입돼 인구가 800만에 가까웠다. 용인은 그 1년 전에 인구 27만 명으로 군에서 시로 승격돼 있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 된 직후 수도권 정비법을 재개정해 국토균형발전의 시금석을 만들고, 대기업의 지방 분산을 위해 수도권기업 지방이전 촉진대책도 내놓았다. 특히 선물거래소 부산 설립은 선물협회 측과 관련 부처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고 선거공약을 지킨다’며 대통령이 직접 여러 차례에 걸쳐 지시해 약속을 지켰다. 만약 이 토론회가 없었거나, 김 후보가 토론회 석상에서 공약을 하지 않았다면 선물거래소 유치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선물거래소는 2년 후 정식 개장을 했고, 그 뒤에 코스닥·코스피와 합쳐져 한국거래소(KRX)가 됐다. 2005년에는 한국거래소 본사까지 부산에 왔다. 또 부산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고, 문현동에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물이 들어섰다.

지금 경기도는 1350만 명, 용인시는 107만 명으로 인구가 급증했고,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에 부산은 1990년대 중반부터, 울산과 경남은 각각 2015년과 2018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부울경 전체인구도 2015년 807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당시 강력한 수도권 억제와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없었다면 수도권 집중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면서, 인구는 전체의 절반을 훨씬 상회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부울경 상의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가 공동으로 수도권 편중을 막고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비수도권 기업에 법인세 차등 적용 등 강력한 기업지원 정책을 정부에 전달하고 여야 정당에도 대선공약 채택을 제안한 것은 고무적이다. 비수도권에 일자리와 인구를 늘릴 수 있는 기업이나 미래산업 기반이 되는 첨단기업에는 법인세보다 더 고단위 처방인 종합부동산세액의 대폭 감면 등 특단의 지역기업 활성화 대책도 공약이 됐으면 한다.

내년에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출범한다. 가덕도 신공항 조기 완공과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국제금융중심지 육성, 울산 창원의 수소산업 등 미래전략산업 기반 고도화, 지방소멸 위기의 서부 경남 특별지원책과 그 중심축인 진주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 등 주요 현안 사업이 대선 공약이 되고, 차질 없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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