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보다 더 빛났던 일광해수욕장 ‘미술의 바다’
일광 해변에 펼쳐진 미술의 바다가 30일간 여정을 마무리했다.
2021 바다미술제는 10월 1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렸다. 바다미술제는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를 주제로 13개국 36명의 작가가 준비한 22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부산비엔날레와 격년으로 개최되는 올해 바다미술제는 첫 국제공모로 인도 출신의 리티카 비스와스 전시감독을 선정했다. 바다미술제 개최지도 일광해수욕장이 처음으로 결정돼 눈길을 끌었다. 해변뿐만 아니라 공원, 하천, 다리, 신당 등 주민들의 공간까지 포괄적으로 활용했다.
바다미술제 30일간 14만 명 관람
작품에 지역민 생활 녹여내 호평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11일까지 바다미술제를 11만 2968명이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바다미술제 개최로 여름 휴가철만큼 많은 시민이 일광해수욕장을 찾았다. 조직위는 폐막일까지 방문객은 약 14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조직위는 16일 바다미술제 폐막 영상을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리티카 비스와스 전시감독은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분리된 개체로 인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물’이라는 공통된 형질을 공유하며 공존하는 존재로 바라볼 것은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자연과 비인간 생명체에 대한 교감과 연대를 이끌고 사유하는 자리를 제공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전시공간이 다양해진 만큼 작품도 다양했다. 조각과 설치가 주를 이루던 기존 바다미술제에 비해 이번에는 평면, 영상, 사운드, 텍스트 등 현대미술의 여러 장르를 품었다. 2021 바다미술제는 지역의 자연 환경과 역사, 지역민의 생활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태원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을 이루는 공통 형질인 물을 상징하는 세 개의 대형 물방울로 구성된 ‘영혼의 드롭스’를 하늘, 땅, 바다에 띄웠다. 물방울을 바다에 띄우는 작업은 일광 어촌계의 협조를 받았다. 케렘 오잔 바이락타르의 ‘얽힌 갈래들’은 어촌 마을 낚시 작업장으로 쓰던 텐트를 빌려 전시했다. 동해안에 서식하는 붕장어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텐트 주인이 장어 낚싯바늘을 손질하는 장면을 담아냈다. 부스 라이노의 ‘파도의 문, 신당의 통로’는 일광 할배신당과 할매신당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안나(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오션 머신’은 야간에 해수욕장 인근 아파트 외벽에 상영됐다.
부산 작가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버려진 자개로 거대한 알을 만든 김경화 작가의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다에서 온 자개를 이용해 만든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류예준의 ‘주름진 몽상의 섬들’도 인간과 비인간의 어우러짐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안재국의 ‘세포유희’, 최한진의 ‘트랜스’, 이진선의 ‘The DNA Park’도 독특한 시각을 보여줬다.
2021 바다미술제는 ‘액체 연대’를 주제로 학술 프로그램과 시민과 함께하는 퍼블릭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매주 일요일 일광해수욕장 해변에서 열린 ‘싱잉볼 명상 테라피’는 회차마다 모두 예약이 마감되고 타지역에서도 참가자가 방문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오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