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겉도는 부산문학관, 시는 추진위부터 가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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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계의 염원인 부산문학관 건립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이다. 부산시는 지난 3월 사하구 신평장림산단 장림포구 인근에 총 338억 원을 들여 2022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공사를 완료한다는 부산문학관 건립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해당 부지 소유주인 SK에너지가 이곳에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받아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세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문학관 부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부지 확보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부산시의 설익은 문화행정이 빚어낸 대참사라 할 만하다. 부지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에도 예산 확보의 수월성 같은 장점을 높이 산 것이었는데 결국 문학관 부지도, 국비 예산도, 문학관 건립의 동력도 다 잃은 꼴이 되고 말았다.

설익은 문화행정에 부지 확보 무산
시장 적극 나서 향후 방향성 잡아야

부산문학관 건립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공립문학관을 짓는 현실 앞에서 지역 언론과 문화인들이 지역문학관에 대한 부산시의 무관심을 염려하고 더딘 걸음을 재삼재사 재촉했던 세월이 10여 년에 이른다. 그럼에도 후발 주자의 이점을 살려 혼선 없이 조속히 추진되기를 열망했던 터라 부산 시민들의 한탄은 더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문학관의 앞길엔 부지 선정, 예산 확보 등 몇 년이 걸릴지 모를 까다로운 과제가 다시 놓였다. 부산시가 현재 2022년 예산안에 ‘부산문학관 건립 타당성 용역’을 포함시켰다고는 하지만 용역 착수는 시의회 심의 절차를 거친 뒤 내년에야 가능한 일이다.

또다시 무산된 부산문학관의 필요성에 대해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할까. 부산문학관은 지역문학의 가치를 전승하고 지역성을 창출해 내는 구심점이다. 나아가 그 존재는 부산의 정신과 도시의 정체성을 철학적으로 정립해 로컬의 층과 켜를 확인하고 문화분권의 역량을 쌓는 일과도 관련돼 있다. 부산은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공립문학관이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듣는다. 이런 열악한 현실만 해도 낯 뜨거울 지경인데, 다시 설립 지연 사태를 겪게 됐으니 부산의 처지가 실로 서글퍼지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부산문학관 추진위원회의 구성과 가동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추진위가 ‘부산문학관의 좌표 설정’ 같은 중차대한 역할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부산문학관 건립은 시장의 교체와 정권의 변동에 상관없이 부산시장이라면 응당 적극적인 관심과 행보를 보여야 할 사안이다. 부산을 제2의 문화창조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박형준 시장이 무엇보다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대책도 체계도 없는 부산시의 주먹구구식 정책 실수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이른 시일 내에 추진위를 구성해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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