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부울경에 공들였는데…이재명, ‘부산 노잼’ 발언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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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상대적 지지도가 약한 지역으로 평가받는 부산·울산·경남(PK)을 ‘매주 타는 민생버스(매타버스)’ 첫 행선지로 찾아 2박 3일간 지역을 훑으며 공을 들였지만 “부산은 재미없다”는 발언으로 논란만 키웠다. 선대위 내부에서도 “스스로 점수를 까먹었다”며 안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는 13일 부산 영도구 한 카페에서 열린 지역 스타트업·소셜벤처 대표 간담회 마무리 발언으로 균형발전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부산은 재미없잖아요, 솔직히. 재미있기는 한데 강남 같지는 않은 측면이 있다. 젊은이들이 같은 조건이면 서울로 가고 싶고…”라고 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후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선 수도권 중심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터라 이 후보의 발언은 즉각 ‘지역 폄훼’ 공세를 받았다.

벤처 간담회 실언 지역 폄훼 논란
박 시장 ‘재미없어 죄송’ 비꼬아
??●유라시아 철도 부산에 큰 혜택
평화체제 후 발전 청사진 제시
고 최동원 선수의 다큐도 관람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이 재미없어 죄송합니다”라며 “수도권 일극주의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에 열불이 나 있는 사람들한테 당신들 왜 재밌게 못 사느냐고 타박하면 인정머리가 너무 없는 것 아닙니까”라고 썼다. 박 시장은 “부산시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해 주십시오. 아니 사과 안 하실 테니 제가 사과하겠습니다”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은 이해찬 전 대표가 과거 부산을 방문해 ‘도시가 초라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던 점을 상기하며 “이쯤 되면 민주당의 지역 비하 DNA를 이재명 후보가 계승하려는 건 아닌지 분명히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균형발전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로 이해해 달라”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셨어야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뿐 아니라 이 후보는 경선 이후에만 이미 여러 차례 설화에 휘말렸다. 이달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자신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각각 음주운전과 초보운전으로 비유해 문제를 만들었고, 3일에는 웹툰 제작업체를 방문해 전시실을 둘러보던 중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작품을 보고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했다.

선대위 입장에선 특히 이번 PK 순회 방문을 통해 2030 표심과 지역 민심에 동시에 ‘구애’를 보냈려던 전략이었는데 ‘말’만 남겼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실제 이 후보는 13일 부산지역 청년 4명과 가진 ‘매타버스 국민반상회’를 통해 유라시아 철도가 생기면 부산이 시종착지가 돼 부산의 위상과 지역 경제에 상당한 혜택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평화체계 구축 이후 미래 발전 청사진을 제시했고, 여성할당제 논란에 대해 “실제로 여성을 위한 할당제는 거의 없고, 성 할당제”라면서 “특정 성이 30%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했더니 실제 누가 혜택을 보느냐, 공무원 시험에서 남성이 혜택을 본다”며 젊은 여성들의 표심을 겨냥한 듯한 정책 발언을 했는데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제안한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서도 “그거 뚫어놓으면 부산은 경유지가 돼 버린다. 괜히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날(12일)에는 부산 중구 광복로의 한 극장에서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전설로 남은 고 최동원 선수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1984 최동원’을 관람하며 롯데 팬을 비롯한 부산시민들과 공감하려고 애썼다.

한편 민주당 선대위는 ‘인재 영입’을 담당하는 국가인재위원회 위원장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혜영 전 의원을 내정했다. 21대 총선에서 불출마한 원 전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대표 등을 지낸 여권의 원로 인사다. 이른바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 출신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그는 합리적 온건파로 이 후보 선대위가 외연 확장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태우·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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