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표 ‘공천 자격시험’… 2030 예비정치인은 벌써 ‘열공’
부산지역 국민의힘 지방의원 예비 후보자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이른바 ‘공천 자격시험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2030세대 예비 정치인들은 최상위권 점수를 얻어 차별화하겠다며 벌써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반면 기존 정치인들은 ‘현직 프리미엄’을 통해 이름값을 높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전략으로 자격시험제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지방선거 때 자격시험 평가 결과에 따라 경선 가산점을 부여하는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경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당법·지방자치법·당헌·당규 등에 대한 시험을 치러 공천 시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이다.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은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최대 30%를 넘을 수 없다. 이준석 대표는 조직력에 좌우되는 지방선거 공천 특성상 지지기반이 약한 젊은 층의 정계 진출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번 제도를 추진해 왔다.
국힘 내년 지방선거에 첫 도입
최대 30% 가산점에 당락 좌우
부산 시·구의원 후보들 예의주시
젊은 층, 높은 점수로 차별화 목표
현직 의원들은 대선까지 관망 모드
예산안 등 인지도 높이기 공들여
전략공천 많아 실효성 비판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6개월 넘게 남았지만 정치에 도전하는 젊은 층은 벌써부터 시험 공부로 분주하다. 부산에서 구의원에 3번째 도전하는 성보빈(30) 씨는 “틈날 때마다 정당법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당헌·당규를 외우고 있다”면서 “내년 대선 전후로 관련 유튜브 강의나 교재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때 공부하기엔 늦다고 보고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 예비 정치인들은 내심 자격시험이 변별력 있게 출제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너무 쉽게 출제되거나 당에서 ‘족집게 강의’를 제공해 모두 고득점을 받으면 사실상 인지도가 높은 기존 정치인을 역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구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A(32) 씨는 “현직에 맞서 월등히 높은 점수나 만점 정도는 받아야 당원이든 주민이든 관심을 주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현직 시·구의원 등 기존 정치인들은 아직 자격시험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내년 대선까지는 공부를 미루는 분위기다. 오히려 올해 말 행정사무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대선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가산점도 결국 득표수에 비례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백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의회 한 시의원은 “중앙당뿐 아니라 시당에서도 아카데미 등 관련 교육을 준비하고 있고, 지금은 행정사무감사로 바쁘기 때문에 주변에 시험을 미리 준비하는 시의원은 거의 없다”면서 “그래도 30% 가산점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여서 내년 대선이 끝나면 다들 '열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시험제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정치인들의 자질 향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치 신인 발굴 등의 목적 달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시의원 출마를 준비 중인 부산지역 한 구의원은 “여전히 전략공천이 많은 상황에서 경선을 위한 제도가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기성 정치계에 맞서 공천 혁신에 첫발을 뗐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