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숨긴 첫 대면… “대만 독립 지지 않아” “제로섬 게임 말자”
바이든-시진핑 화상 정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무력 통일 등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행동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향후 상황에 따라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두 정상은 대만뿐 아니라 인권, 무역 등의 갈등 사안에 대해서도 장시간 팽팽하게 맞섰다.
미, 무력 통일 반대 뜻 분명히 해
중, 레드라인 침범 단호히 경고
대만·인권·무역 등 견해차 뚜렷
긴장 속 ‘갈등 관리’ 의지도 확인
16일 중국 관영 중앙TV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시행해왔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만해협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중국의 체제 전환,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반대를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지구는 중·미가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면서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이날 중국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할 뿐, 대만해협에 걸쳐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일방적 행동은 강력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현상 변경, 즉 무력에 의한 통일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시 주석은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의 성의와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의 비전을 이루려 하겠지만 만약 대만의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측의 태도에 따라 무력 통일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두 정상은 이날 대만 문제를 놓고 장시간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 고위 당국자는 “두 정상은 대만 문제를 놓고는 연장된 토의를 벌였으며, 이것이 우리가 기대했던 바”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신장과 티베트, 홍콩에서 중국의 관행은 물론 더 광범위한 인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기업가는 비즈니스 얘기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양국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미국 측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며 맞섰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기후변화 대응, 국제적 에너지 공급난 해결 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을 포함해 안보, 인권 위협이 있는 지역에 대한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두 정상은 가드레일 설치를 통해 미·중 경쟁을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것이 오늘 회담의 주제”라며 “몇몇 지점에서는 정상의 견해차가 분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