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방어회·뜨끈한 대구탕' 추워질수록 더 좋은 맛남
부산 동래구 허심청 어가
해마다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이 되면 생각나는 생선이 있다. 제철을 맞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방어와 대구다.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방어회 한 점과 시원하거나 얼큰한 대구탕 한 그릇이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거뜬하게 날 수 있다.
35년째 일식요리만 다뤄온 부산 동래구 허심청의 ‘어가’ 임갑만 대표는 겨울만 되면 방어와 대구를 손님들에게 대접할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한다.
경남 진주 출신인 임 대표는 1977년 일자리를 찾아 부산에 왔다. 서면의 항우초밥에서 시작한 그의 일식요리 경력은 일송, 미조리, 유정 등 과거 부산에서 내로라하던 초밥집을 거치면서 일취월장했다.
1986년에는 자신의 가게인 어가를 개업했고, 2004년에는 허심청으로 장소를 옮겨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주변의 많은 일식집이 문을 닫았지만 어가만은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 대표는 일본에 일식요리를 배우러 다녀오기도 했다. 개업 초기이던 1988년 다른 일식요리 주방장들과 함께 오사카의 ‘야호시키’라는 식당에서 기술을 배웠다. 이 경력이 그의 일식 요리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보기만 해도 오싹한 얼음판 위에 올려진 방어회가 들어왔다. 방어 뱃살, 등살, 아가미살 부위에 도미, 참치, 광어를 더한 회였다. 방어는 지금부터 시작해서 2월까지가 제철이다. 겨울철 방어는 세상의 어느 횟감보다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방어회 맛을 못 보고 겨울을 보낸다면 나중에 1년 동안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대대로 방어 뱃살 부위는 기름기가 적당히 흐르는 게 매우 찰지고 고소했다. 아가미살과 등살도 부드럽고 기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미, 광어도 고소한 맛이 빼어났지만 제철을 맞은 방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래서 겨울방어, 겨울방어 하는구나 싶었다.
방어 뱃살과 등살, 연어로 구성한 모둠 초밥이 올라왔다. 아주 약하게 양념을 한 밥은 상당히 꼬들꼬들했다. 초밥 한 개당 밥알 수는 160~170개 정도라고 한다. 양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초밥용 회 두께는 4~5㎜ 정도로 매우 두툼했다. 싱싱한 느낌의 회를 씹는 맛은 상당히 산뜻하고 상쾌했고, 밥알은 쫄깃쫄깃한 게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초밥과 함께 대구탕과 대구맑은탕도 준비됐다. 대구탕 양념은 고춧가루, 마늘, 다시마, 생강 등 10여 가지 재료로 미리 만들어 숙성시켜 놓는다고 한다. 손님의 주문이 들어오면 양념에 홍고추, 대파, 무, 미나리, 팽이버섯, 배추 등을 넣어 끓인다. 기대한 만큼 대구탕 국물은 살짝 얼큰하면서 시원했다. 목에 걸리는 잡다한 맛과 느낌은 하나도 없이 그야말로 속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대구탕 한 그릇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다.
대구맑은탕은 다른 양념을 넣지 않고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다. 탕과는 약간 느낌이 다르지만 상쾌한 겨울 바다의 맛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임 대표는 “일식에서 탕은 양념이 아니라 재료로 맛을 낸다. 생선의 선도가 떨어지면 맛을 낼 수 없다. 당연히 신선한 재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맑은탕에 든 하얀 대구 살은 특제양념소스에 찍어먹어야 한다. 양념소스는 유자, 식초, 간 무, 쪽파를 다져 만든 것이다. 이 양념소스에 광어나 복 회를 찍어먹어도 맛있다.
어가는 원래 단체손님이 많은 식당이다. 가족 생일, 칠순, 환갑 등의 행사가 많이 열린다. 특이하게도 결혼을 앞둔 가족의 상견례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임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단체손님을 받기 어려워 타격을 많이 받았다. 이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니 손님들이 다시 몰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가/부산 동래구 온천장로107번길 32. 051-554-0331. 대구탕·우럭탕 2만5000원, 점심특선 어가세트 2만 원, 생선회 코스 4만~10만 원, 참치회 코스 5만~10만 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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