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신선란과 저장란…풀어 키운 닭의 달걀과 가둬 키운 닭의 달걀, 색깔·맛·영양소 큰 차이
인간이 닭을 처음 키운 것은 BC 7500년 무렵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였다. BC 1500년께에는 중동의 수메르와 아프리카의 이집트, BC 800년경에는 유럽의 그리스에서도 닭을 키웠다. 달걀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960년 연간 1500만t이던 전 세계 생산량이 2019년에는 9000만t으로 6배 증가했다.
인간이 달걀을 많이 먹게 된 것은 구하기 쉬운데다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이었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용성인 비타민 D, E와 지방산이 풍부하다. 달걀에는 또 필수 아미노산 9종이 함유돼 있어 완벽한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하다. 노른자에는 루테인 성분이 많다. 루테인은 근육 퇴화 예방, 눈 건강 보호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른자에 포함된 루테인의 양은 식물보다 200~300% 많다.
조리 방법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것도 달걀 인기에 큰 도움이 됐다. 달걀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다. 기름을 둘러 구울 수도 있고, 그냥 불에 굽거나 삶을 수도 있다. 이리저리 휘저어 스크램블을 만들 수도 있다. 다른 요리에 첨가하면 영양이나 맛에서 큰 효과를 거두게 된다.
모든 달걀의 영양성분과 품질이 균일한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매우 큰 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암탉이 어떻게 취급되느냐에 큰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달걀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농장에서 방목한 닭이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직접 찾으며 낳은 신선란과 닭장에 갇힌 닭이 항생제 등을 첨가한 사료를 먹으며 대량 생산한 저장란이다.
풀어놓고 키우는 닭의 경우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운동을 많이 할 뿐 아니라 벌레, 씨, 풀 같은 자연 성분의 먹을거리를 섭취한다. 닭장에 가둬 키우는 닭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 부족 상태에 시달리며 똥 위에 앉아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만 먹는다. 두 닭 사이에 건강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낳는 달걀의 색깔과 맛, 영양소에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목초지에 풀어놓고 키운 암탉이 낳은 달걀은 닭장에 가둬 키운 닭에서 나온 달걀보다 영양학적으로 뛰어나고 맛도 우수하다. 신선란 껍질의 두께는 저장란보다 두껍고 단단하다. 야외에서 햇빛을 풍부하게 쬐고 자라면서 껍질을 단단하게 해주는 성분인 칼슘과 비타민 D3를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신선란의 노른자는 둥근 돔 모양을 하고 있으며 크림처럼 찐득하다. 그래서 쉽게 깨지지 않는다. 저장란의 노른자는 편평하고 물처럼 흐르는 성질을 보인다. 신선란의 흰자는 약간 단단하다. 반면 저장란의 흰자는 약간 투명하고 덜 단단하다. 신선란의 노른자는 짙은 노란색이다. 저장란의 노른자는 약간 밝은 노란색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최근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발견돼 달걀 수출을 중지시켰다. 국내에 번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에 발생한 달걀 가격 폭등 파동이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닐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달걀은 가장 서민적인 식재료다. 올겨울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달걀 파동이 일어나지 않고 넘어가기를 기대해본다. 남태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