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에 지역대학 관할권을 이양해야
안현식 동명대 교수·부경사교련 회장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 그 증상은 지역의 노령화와 젊은 층의 수도권 이동뿐 아니라, 지난 입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지역 국립거점대학들이 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역의 젊은 세대가 대학을 찾아 서울로 이동하고 서울에서 좋은 직장을 찾아 정착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지역은 점점 발전 역량이 위축되고 있다. 지역대학의 혁신 역량도 점점 추락해 왔다. R&D 부분 정부 지원 재정 기준으로 수도권의 1/3 수준에 와있으며,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5배에서 10배까지 늘었지만 지역대학의 평균 상승은 미미한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작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는 지역의 총합을 넘어섰다. 산술적으로 봤을 때 수도권에서 결정된 의사 결정은 절반을 넘기 때문에 수도권의 결정에 나라 전체가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둘 것인가?
이미 서울 집중화의 문제는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 국가적으로 부동산 투기 광풍의 발원은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화된 인구와 거주환경의 한계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끝없이 늘어나는 서울 인구는 종국에는 지역 인구 소멸과 수도권 비대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정상으로 볼 것인가?
다른 나라를 보자.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의 경우를 보면 연방제 안에서 각 지역 자체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방제가 아닌 일본, 프랑스 등과 같은 선진국들도 중앙 집중의 문제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탈중앙적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틀을 갖추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하여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성장축 모델을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중앙에 집중된 권력 메커니즘에 따라 지역의 정치가 종속되고, 중앙에서 나누어주는 예산을 따오는 것이 정치나 행정의 능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중앙집중에서 탈중앙으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성장축 모델이 아니라 다축성장 모델로 전환하여 지역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서울 중심의 투자가 이루어졌다면 지역마다 또 다른 축을 만들기 위해 지역에 대한 차별적 투자를 최소 10여 년간은 유지하여 지역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역대학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부의 사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재정 지원 구조 속에서 지역 대학이 서로 경쟁하면서, 정작 지역의 혁신을 위한 지자체와 대학 상호 간 협력은 요원해지는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가? 현재 이슈화 되고있는 교육부 폐지론이 아니더라도 지역 대학의 관할권은 지역에 내려보내야 한다. 더 이상 지역의 대학들이 지자체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제도의 문제와 지역대학이 지역 구성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협력하여 고등교육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스스로 지역을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지자체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어 도출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지역대학이 지자체와 지역 산업계와 협력하여 지역혁신의 주체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이에 따라 지역 스스로의 자생능력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틀 안에서 지자체가 대학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여하고 정부의 재정 투입과 지자체의 재정 지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지역대학들은 지역의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공공성과 개방성을 담보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지역의 혁신을 위한 주체로서 나서야 한다. 이와 같은 발전의 틀을 위해, 지역대학의 관할권을 지역으로 이양하는 제도적 혁신이 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