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학교 부지 침범한 공사장 방음벽… 구청은 ‘나몰라라’
아파트 공사장 소음을 막기 위한 방음벽이 인근 학교 부지를 침범해 세워져 학생과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년 전 방음벽 설치 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았다가 최근에야 당초 설계와 다른 것을 확인했다. 관할구청의 점검 소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당한 공사 방음벽이 설치된 곳은 부산 부산진구 동의중학교 운동장이다. 이 학교 운동장은 전포 1-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현장과 바로 맞닿아 있다. 전포 1-1구역 시공사인 대림건설은 사업 착공 전인 2019년 초 부산진구청에 동의중학교와 아파트 공사 현장 사이 경계 사면에 가설 방음벽을 높이 6~8m, 길이 1298m로 방음벽을 설치하겠다고 신고했다.
전포 1-1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
1298m 방음벽, 동의중 넘어와
대림건설, 신고 도면과 달리 시공
비대위, 도면 입수 후 비교해 적발
부산진구청, 문제 되자 ‘과태료’
시공사 “학교 측과 사전 협의했다”
그러나 2년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 방음벽은 당초 대림건설이 부산진구청에 신고한 것과는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도면과 달리 아파트 공사 예정지를 넘어가 동의중학교 부지인 학교 콘크리트 담벼락 위에 설치된 것이다.
변경 신고도 없이 계획과 다르게 학교 부지를 침범한 채 방음벽이 설치되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학생과 교사들은 그동안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6월 학생과 학부모, 일부 교사가 구성한 동의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방음벽 설계 도면을 확보하면서 뒤늦게 방음벽이 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의중 비대위 측은 “시공사는 구청에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방음벽을 설치하면서 변경신고도 하지 않았고, 학교법인 동의학원 사유지를 침범했음에도 토지사용승낙서 역시 작성하지 않았다”며 “2년 가까이 방음벽이 학교 담벼락에 설치됐지만 학생과 교사는 시공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공한 줄 알았는데 뒤늦게서야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림건설은 문제가 제기되자 특정공사 변경 신고를 하고 원래 방음벽이 설치되어야 하는 부지에 3m 높이 방음벽을 다시 설치했다. 그러나 앞서 운동장 부지에 설치된 6m 높이 방음벽은 아직 철거되지 않은 상태다.
비대위 측은 구청의 안일한 행정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설계도면과 달리 방음벽이 설치된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의 문제제기 후 부산진구청은 뒤늦게 지난달 시공사 측에 소음진동관리법 위반으로 과태료 120만 원을 부과한 상태다.
부산진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방음벽 설치 범위가 넓어 일부 다르게 시공된 것을 적발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신고된 방음벽의 길이가 달라서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그 설치 부지가 사유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민사 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고 전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학습권 침해를 규탄하는 1인 시위(부산일보 8월 20일 자 10면 보도)를 진행 중인 비대위는 방음벽 철거를 동시에 요구한다. 당초 불법적으로 설치된 것이니 철거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방학 기간에 방음벽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당초 방음벽 설치는 학교 측과 사전에 협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림건설 관계자는 “방음벽 설치 당시 행정실장과 구두로 합의를 했으며 협약서에 동의중 교장의 도장도 찍혀있다”면서 “앞서 설치한 방음벽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운동장에 설치된 방음벽을 철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