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판정 공공기관장 결국 임명한 박형준 시장… 시의회·해당기관에 거센 후폭풍
부산시가 부산시의회 인사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해 결국 임명을 강행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낙제점’을 받은 후보자들을 모두 임명하면서 올 4월 취임과 함께 천명했던 부산시의회와의 협치에 적신호가 켜졌다. 해당 기관 등에도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박 시장은 17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부산교통공사 사장에 한문희 전 한국철도공사 경영기획본부장, 부산도시공사 사장으로 김용학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을 임명했다. 이들의 임기는 18일 시작된다. 부산시는 또 이날 부산시설공단 신임 이사장에 대해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2명을 정부의 고위공직후보자 검증 7대 기준에 따라 자체 검증한 결과, 무시하기 힘든 부적격 사안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교통공사·도시공사 사장 임명
시의회 인사특위 오늘 규탄 회견
지하철노조 출근 저지 투쟁 결의
시설공단 이사장 재공모도 결정
부산시는 이례적으로 임명 결정 사유를 소상하게 설명한 자료도 냈다. 부정적인 지역 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다. 부산시의회 인사검증 특위가 경과보고서에서 두 후보자에 대해 지적한 15개 부적격 의견이 모두 소명이 가능하거나 임명을 하지 않을 정도의 큰 흠결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처럼 도시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에 지역 사회에 얽힌 이해관계자들이 이권에 개입하고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는 원칙을 세우고 지역 연고가 없는 전문가를 물색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시장은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관점과 지향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협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며, 시의회 의견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임명하지 않을 타당한 사유를 찾기 어려웠다”고 재차 양해를 구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간 대치 국면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전날 박 시장을 만난 신상해 의장도 적잖이 체면을 구겼다. 시의회는 시와 협치가 깨진 것으로 보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 다른 공공기관장 인사검증 등에서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의회 인사검증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18일 교통공사·도시공사 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박흥식 인사특위 위원장이 사퇴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머지 민주당 위원들까지 사퇴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향후 인사검증을 위해 위원장만 사퇴하기로 했다. 일부 위원은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긴급 현안질의 방식으로 박 시장을 압박할 계획이다. 새로 임명된 교통공사·도시공사 사장도 불러 추가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의회의 이 같은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사검증 실무 기구인 인사특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의장단, 민주당 원내대표단 등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여서 공공기관장 인사는 시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시의 주장에 맞설 논리를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임명 강행이 결정되자 부산교통공사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결의해 충돌이 예상된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의회의 부적격 판정과 노조·시민단체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문희 씨가 즉각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부산시민과 함께 박 시장 사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익·이승훈·김성현 기자 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