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등 절실한 이재명, ‘문 대통령과 차별화’ 참 쉽지 않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딜레마에 빠졌다.
정체 상태인 자신의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절실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대선을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이 후보의 상황이 복잡하다.
이회창·정동영 학습효과가 이유
둘 다 당시 대통령과 차별화 시도
정권 지지자들 등 돌려 결국 패배
문 비판하면 PK 민심 이반 가능
대선 승패 떠나 친문 도움 필요
요즘 이 후보는 대선 지지율이 만족스러운 편이 아닐 듯하다. 이 후보 입장에선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 부동산 정책, 경제·청년 정책 등 상당 분야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론적 수준의 차별화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이회창·정동영 학습효과’ 때문이다.
두 사람은 현 정권과의 섣부른 차별화로 낭패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영삼(YS) 정부 시절이던 15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 진영은 ‘YS 인형 화형식’을 벌이며 김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섰다. 이에 격노한 YS 지지자들이 국민신당 이인제(19% 득표) 후보를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이회창 후보는 결국 1.5%P 차이로 김대중 당선인에게 패배했다.
17대 대선에선 정동영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가 친노(친 노무현) 세력의 조직적 반발로 530만 표 차이로 대패했다. 이번에도 이 후보가 어설프게 차별화에 나섰다간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조직적으로 투표에 불참하거나 제3의 인물을 지지할 수 있다.
부산·울산·경남(PK) 민심 이반도 우려된다. 리얼미터·YTN 조사(8~12일)에서 문 대통령의 PK지역 국정지지도는 32.7%에 불과했고, 부정평가는 배 정도 높은 63.2%였다. 그렇다고 이 후보가 PK 민심을 ‘오판’했다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문 대통령의 인기가 낮지만 이 후보가 공격하는 순간, PK 민심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든 실패하든 친문의 영향권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에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친문 세력의 집중 지원이 필요하고, 만약 실패한다면 차차기 대선 재도전을 위해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문 진영의 도움이 절실하다. 권기택 기자 k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