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유럽인들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적 글 모음
오래된 유럽/김진경
은 유럽인들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적 글 모음이다. 스페인인과 결혼해 스위스에서 10년을 살고 있는 기자 출신의 한국인이 썼다.
유럽인들은 ‘성인 유럽-아동 아시아’라는 낡은 프레임을 가졌다고 한다. 저자는 2009년 “한국인들은 다들 지푸라기로 만든 집에 살지?”라는 남편 친구 말을 들었다. 또 횡단보도 신호를 잘 지키면 유럽인들은 “역시 아시아인이야”라며 비웃는단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한국을 보고는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권위적 정부에 순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한단다. 저자는 “유럽의 한계는 팬데믹을 맞아 여실히 드러났다”고 일갈한다. 팬데믹은 인권 자유 연대라는 가치를 허물면서 유럽인들이 공개적으로 인종주의자가 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거다.
책은 유럽의 민낯을 드러낸다. 유럽식 교육이 경쟁을 배제한 채 원리를 파헤친다며 좋다고들 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는 거다. 유럽 교육 역시 경쟁과 차별이 있고, 동네 소득수준에 따라 진학률도 다르다. 유럽의 것은 좋다며 무분별하게 추종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다. 책에서는 여러 나라 일상 사례들을 통해 유럽의 현재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 유명한 카페 ‘식민지 바’의 이름을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영국 독일 스위스 스페인의 과거사에 대한 다양한 논란과 이슈를 소개하기도 한다.
책은 유럽도 별 것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다. 한 사회는 다른 사회를 부러워하지 말고,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의 시각으로 천착하면서 깊어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김진경 지음/메디치/352쪽/1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