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97) 버즈 ‘Turn! Turn! Turn!(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
버즈(The Byrds)는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결성됐습니다.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던 버즈가 결성된 지 60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60년이라는 숫자가 너무 오래전 이야기로 느껴지지만 ‘Turn! Turn! Turn!(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과 같은 음악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 곡은 1965년 버즈의 두 번째 정규 스튜디오 앨범의 동명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1973년 발매된 스튜디오 앨범 ‘Byrds’를 마지막으로 이들은 총 12개의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대중음악의 전설이자 역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상업적인 성공의 측면을 배제하고도 비틀스와 함께 버즈가 이 시기 가장 실험적이며, 동시에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을 선보였던 걸출한 아티스트 중 하나였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텐데요. 지금도 많은 록 아티스트들이 버즈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그들의 음악을 손꼽는 것이 분명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 불리웠던 1960년대 중반은 영국의 록과 팝 음악이 세계적으로 대성공하고, 미국에서도 영국의 음악과 문화가 유행하며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시대입니다. ‘침공’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는 달리, 사실상 이 시기는 대중음악의 가장 빛나는 황금기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의미를 지역적 측면에서 본다면, 버즈는 사실상 미국의 대중음악 밴드 중 단연코 독보적 존재였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하모니카와 같은 악기가 등장하고, 컨츄리와 포크 등이 록과 적절히 섞이면서 미국의 전통 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 전통 음악을 서정적 록과 팝 음악으로 풀어내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이들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밴드 음악의 미래를 그리고 대중음악의 실험적 도전을 멈추지 않았지요.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의 태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시타르(Sitar)’와 ‘타블라’(Tabla)’ 등 인도의 민속악기와 음악을 그들의 음악에 끌어들였습니다.
이러한 밴드의 실험적 행보는 당시의 히피 문화 그리고 사회·정치적 여러 문제와 연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테두리화되고 제도화된 성역과도 같은 사회적 암묵과 금기를 수면으로 드러냅니다. 음악이 단순히 귀로 듣는 예술적 향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을 순수히 음악 자체로 보여주었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버즈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지만 여전히 친숙한 음악을 선보인 ‘시대의 밴드’로 자리잡을 수 있던 것은 이들의 음악 중심 가장 중심에 자리한 멜로디의 소중함, 그 초심을 항상 잃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