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금융중심지, 해양금융인력 양성이 우선이다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2년이 된다. 그동안 부산의 정책당국, 언론, 시민단체, 정치인 등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나름 많은 성과가 있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다. 국내외에서 부산의 금융도시 지명도는 아직 크게 상승하지 않고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다른 지방도시에서도 금융중심지 육성을 표방하고 나서고 있어 부산이 금융중심지로의 경쟁력을 갖추는 문제는 시급한 과제이다.
부산의 금융중심지 추진 전략은 해양금융과 파생금융을 특화하여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이 중 해양금융은 ‘부산 해양도시 건설’의 목표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고, 입지 여건상 부산이 국내 어느 도시도 따라 올 수 없는 경쟁적 요소를 갖고 있는 분야이다. 현재 부산의 해양금융 인프라는 2009년 초 중앙정부로부터 서울과 더불어 금융중심지로 지정을 받을 시점에 비해 괄목할 정도로 좋아졌다. 현 정부 들어 2018년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이를 부산에 입지하게 되었고 그 전에 해양금융종합센터가 설치되어 부산은 한국의 해양금융 중심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때마침 글로벌 해운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양금융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맞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환경 문제이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규범에 맞추어 탄소배출을 줄이는 조치를 실시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해운과 선박의 활동을 관리 감독하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전 세계 선박의 탄소배출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소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IMO의 요구는 해외로 항해하는 선박들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종의 강제 규범이어서 세계적으로 해운사들은 이를 따라야 한다.
해운사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 선박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여야 하는데 이에 드는 금액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2050년까지 탈탄소를 위해 소요될 선박 투자액이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러한 투자액은 모두 금융시장에서 조달되어야 하므로 전 세계적으로 해양금융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해양금융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부산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전 세계 선박의 40%가량을 건조하는 조선 강국이다. 이는 2050년까지 막대한 금액의 선박 투자가 부산과 인근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부산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에 대한 금융의 일정 부분만 담당할 수 있어도 부산은 빠른 시일내 해양금융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중심지로서의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부산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조세, 업무환경, IT 기반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전문 인력공급이다. 부산이 싱가폴이나 홍콩에 비해 가장 뒤쳐져 있는 부문으로 금융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해도 당장 일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데 어느 금융기관이 부산에 올 수 있겠는가? 그리고 현재 부산에 입지한 해양금융 제공기관이 급변하는 해운시장을 잘 이해하고 환경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수한 해양금융인력의 확보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특히 해양금융은 해운 실무지식을 기반으로 국제금융, 프로젝트금융 등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따라서 일반 대학에서의 금융 커리큐럼만으로는 해양금융 전문인력을 키우기가 충분치 않다.
금융의 경쟁력은 자금과 인력에서 나온다. 친환경 이슈로 해양금융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막대해질 이 시점에 부산은 해양금융중심지 도약의 호기를 맞고 있는바 이를 계기로 해양금융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이 더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