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성대 앞바다 세계 최초 ‘부유식 해상도시’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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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해비타트가 구상하는 해상도시 조감도. 1만 8000㎡의 부유식 구조물을 이어 붙여 최대 1만 명이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셔닉스 제공

부산 자성대부두 앞바다에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도시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부산시는 2030 월드엑스포 기간에 맞춰 시범도시를 건설하고,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위기에 허덕이는 국가들에 관련 기술 등을 전파할 방침이다.

1만 8000㎡ 크기 모듈 수백 개 이어 붙여
최대 1만 명 거주 ‘현대판 노아의 방주’
시, 유엔 해비타트·오셔닉스와 MOU
다음 달부터 타당성 조사·입지 분석
부산월드엑스포 기간에 맞춰 완공 계획

부산시는 유엔 해비타트, 오셔닉스와 18일 ‘지속 가능한 해상도시 추진을 위한 해상도시 시범 모델 건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엔 해비타트는 유엔 산하에서 인간 정주와 도시 분야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이고, 오셔닉스는 미국 뉴욕의 해상도시 전문 개발 기업이다. 유엔 해비타트는 2019년 4월 해상도시에 관한 계획을 최초로 발표한 이후 오셔닉스와 손잡고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엔 해비타트가 구상하는 해상도시는 물에 뜨는 부유식 구조물 위에서 정주 생활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1만 8000㎡(5500평)의 정육각형 모듈(생활공간)을 수십~수백 개 만들어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한 모듈에 300명 정도를 수용하며, 모듈을 이어 붙이면 장기적으로는 최대 1만 명이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와 물, 식량 등을 자급자족할 수 있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자원 재활용도 가능하다.

해상도시는 바이오락이라고 하는 구조물을 선박의 닻처럼 사용해 고정한다. 바이오락에 특정 전류를 흘려보내 바닷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과 함께 굳히면, 철근 구조물이 아닌 산호초 군락이 형성돼 생태계 오염을 최소화한다. 유사시에는 바이오락을 들어 올린 뒤 바지선 등을 이용해 다른 해양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부산시는 각종 행정적 지원, 유엔 해비타트는 국제기구로서 시범 모델 사업 추진, 오셔닉스는 타당성 조사와 입지 분석 등을 수행하게 된다. 오셔닉스는 다음 달부터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인데, 입지는 2030 월드엑스포 개최지인 북항과 인접한 자성대부두 앞바다가 1순위로 꼽힌다. 부산시는 해상도시 건립을 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2030년 엑스포와 함께 시범 도시 건립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유엔 해비타트는 뉴욕, 아부다비 등을 후보지로 염두에 뒀으나 최종적으로 부산을 낙점했다. 부산은 조선·해양산업이 잘 갖춰진 동북아 대표 해양도시이고, 친환경 미래도시인 에코델타시티를 품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는 부지 제공과 행정 절차 지원만 하면 되고 해상도시 건립에 필요한 비용은 유엔 해비타트와 오셔닉스가 직접 마련한다. 높은 파도나 강한 태풍 등 안전성 부분은 오셔닉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전문업체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 임경모 도시계획국장은 “해상도시 연구를 다양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지식과 산업이 부산에 많이 축적될 것”이라며 “시범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해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위기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에게 모범적인 해법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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