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 청소·중성화율 75%… ‘길고양이 돌봄 기준’ 세웠다
부산시가 처음으로 ‘길고양이 돌봄 기준’을 제정하는 등 관련 대책을 내놨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캣대디’와, 울음소리·배설물 탓에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이 부산 곳곳에서 발생(부산일보 11월 9일 자 10면 보도)하자 부산시가 나선 것이다. 이번 기준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길고양이 급식 갈등 중재 소극적
본보 보도에 부산시 대책 마련
보호자 수칙·공무원 책무 규정
동물보호단체, 캣맘 책임 강조
허울뿐인 기준 ‘무용지물’ 우려
부산시는 길고양이와 관련한 시민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부산시 길고양이 돌봄 기준’을 마련해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부산시가 내놓은 돌봄 기준에는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캣맘·캣대디들과 지자체 공무원이 알아야 할 원칙이 담겼다. 부산에서 길고양이 돌봄 기준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부 내용은 배설물 등 급식소 주변 환경 정리, 길고양이로 인한 민원 발생 때 객관적인 자세로 소통 등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이 알아야 할 원칙, 길고양이 급식소 주변 중성화율 75% 이상 유지 등 각 지자체 공무원의 책무가 포함됐다.
부산시는 다음 달 부산시, 각 구·군 공무원, 동물보호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준비 중이다. 또 현재 79명 수준인 동물보호 명예감시원 수를 내년까지 최대 140명으로 늘려 지역주민과 동물보호단체 사이의 소통을 강화한다. 동물보호 명예감시원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동물 학대행위를 감시하고 반려동물의 구조·보호 업무 등을 담당한다.
이날 부산시가 발표한 돌봄 기준안에 대해 우려도 있다. 동물 돌봄을 위한 관련 지원은 전혀 없이, 길고양이 보호자의 책임만을 강조한다며 선언적인 수준에 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박혜경 대표는 “그동안 부산시의 경우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규 홍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길고양이들이 잦은 학대를 받아 왔다”면서 “부산시가 돌봄 기준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길고양이 돌봄사업에 나설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중성화 수술이나,백신 접종과 같은 돌봄 기준과 함께 길고양이 보호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됐다면 길고양이와 시민의 공존이 더욱 쉬웠을 것”이라면서 “돌봄 기준안이 캣맘들의 책임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확대도 과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시행한 모니터링에 따르면 부산에 서식하는 약 19만 4000마리의 길고양이 중 중성화 비율은 21.3%에 그친다. 이는 7만 9000여 마리 중 34%가 중성화 수술을 받은 서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다.
부산시 측은 내년도 중성화 사업 예산을 대폭 늘려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중성화 사업과 함께 동물보호명예감시원 등을 활용해 시민과 길고양이 보호자가 공존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손은정 동물복지지원단장은 “이번에 마련한 돌봄 기준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동물보호명예감시원 확대를 통해 캣맘과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중재하려 한다”면서 “길고양이 돌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