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퍼진 ‘코로나 안심콜’ 부산 중구청이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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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소상공인 안심콜 서비스를 도입했던 부산 중구청 정범석 통신계장.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여름, 부산 중구청 정범석 통신계장은 점심시간에 식당에 갈 때 주인과 승강이 중인 손님을 자주 목격했다. 수기로 작성되는 출입명부에 이름과 나이, 사는 곳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앞 사람이 사용한 필기구를 다시 사용해야 하는 데 대해 항의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정범석 통신계장 아이디어
지난해 11월 중구 처음 도입
‘위생·편의성 잡았다’ 입소문
부산만 6만 5000여 곳서 활용

쩔쩔매는 식당 주인을 안타깝게 여긴 정 계장의 머릿속에 우연히 신문기사에서 읽은 ‘안심콜 시스템’을 떠올랐다. 안심콜 시스템을 업소 방문자 확인에 접목하면 위생과 편의성을 함께 꾀할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안심콜 서비스는 민간이 아닌, 경기도 등 몇몇 지자체에서 관공서 방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이용 중이었다.

정 계장은 당장 KT에 연락해 통화 사용료 협상에 들어갔다. 정 계장은 “시장 가서 옷 하나 살 때도 가격이 다 다른데, 중구 구민 전부 사용하는 통화료는 할인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내멘트가 나오는 2초간 부담되는 사용료를 4.8원으로 최종 협상한 그는 즉시 6000개의 회선 번호를 요구했다. 중구 지역 소상공인 모두에게 뿌릴 참이었다.

지난해 11월, 정 계장의 묘책으로 중구는 부산·경남 최초로 안심콜 서비스를 시작했다. 관공서밖에서는 전국 처음이었다. 관할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뿌린 안심콜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고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18일 현재 중구청에 따르면 8월 기준 부산시에서 안심콜 서비스를 사용하는 등록업소는 6만 5463개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도 지자체 243곳 중 218곳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당초 비용 등의 우려로 관공서만을 대상으로 도입된 안심콜 서비스가 정 계장의 눈에 띈 것이 행운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할 면적이 좁고, 상업시설 비중이 아주 높은 지자체가 중구다. 그런 이유로 수월하게 안심콜 시범 운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게 정 계장의 설명이다.

정 계장의 묘안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은 중구청의 이병문 전 부구청장이다. 부산시청 보건위생과장을 지낸 이 부구청장이 정 계장의 아이디어를 부산시 정책 회의에서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순식간에 부산 16개 구·군의 상업시설과 관공서에 안심콜 서비스가 도입됐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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