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역취 확산에 낙동강 하구 생태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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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기수역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하굿둑 상시 개방을 앞두고, 낙동강하구에 토종 식물을 위협하는 생태교란종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생태교란종 제거를 돕는 자원봉사자 발길마저 끊기면서 관계 기관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18일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와 부산그린트러스트 등에 따르면 올해 중순부터 낙동강하구와 대저고속도로, 가덕도 등 서부산 강변 일대에 생태 교란 식물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에 피어나는 생태교란종은 대표적으로 양미역취, 미국쑥부쟁이, 도깨비가지 등이 꼽힌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강변 점령
키 크고 밀집, 토종 식물 위협
수문 개방해도 생물다양성 저해
환경부 2009년 ‘교란식물’ 지정
제거 예산 1억 8000만 원 불과
코로나로 자원봉사 발길도 ‘뚝’

이 중 ‘양미역취’의 확산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북미 지역에서 넘어와 9~10월에 주로 피어나는 양미역취는 길가·하천부지·제방 등 온갖 곳에서 피어나며, 개체당 종자를 2만 개 생산하는 등 번식력이 왕성하다. 뿌리를 내린 개체는 한 자리에서 100년간 유지되기도 한다. 문제는 키가 높고 밀집해서 자라는 탓에 다른 토종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이에 환경부는 2009년부터 양미역취를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양미역취는 샛노랗게 꽃이 피어 예쁘게 보이지만 한 번 뿌리 내리면 급속도로 주변에 번지며 토종 식물을 쫓아낸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 생태교란종 제거 자원봉사도 못하게 되면서 올해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지자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산시가 낙동강하구 생태교란종 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올해 편성한 예산은 1억 8000만 원에 불과하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양미역취를 포함한 생태 교란 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수시로 굴착기와 예초기를 동원해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생태교란종은 워낙 전파가 빠른 데다 응집력도 좋아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내년 낙동강하굿둑 상시 개방을 앞두고 있어 생태교란종 확산을 막지 못하면 낙동강 기수역 생태 복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2019년부터 낙동강하굿둑 개방을 했으며 올해는 4차례 걸쳐 실험을 마쳤다. 그 결과 숭어·연어·뱀장어 등 기수 어종이 발견돼 생태계 복원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에 환경부는 내년부터 일부 수문을 상시 개방할 예정이다.

이성근 상임이사는 “낙동강하굿둑을 열더라도 생태 교란 식물이 이미 점령한 뒤라면 기수역 생물 다양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부와 부산시 등 관계 기관이 의지를 가지고 예산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낙동강하구에 생태교란종을 제거하고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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