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사면 땐 YS 제안을 당선자 DJ가 수용한 형식
출마 세 후보 모두 ‘사면’ 공약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1997년 대선 당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논의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5년 10월 국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야당의 폭로가 나오면서 그해 11월 노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그 이후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자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은 5·18특별법 제정을 통해 ‘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섰다.
검찰은 그해 12월 군형법상의 반란수괴죄를 적용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 인사 11명을 구속 기소했다. 1996년 3월부터 시작된 공판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게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가 각각 적용됐고, 이듬해 대법원 상고심에서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이 최종 확정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97년 제15대 대선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맞붙는 3자 구도였는데 세 후보 모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공약했다. 여당 소속인 이회창 후보는 두 전직 대통령을 추석 전에 사면해야 한다면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반면 김대중(DJ) 후보는 ‘사과와 반성’을 전제로한 사면론으로 응수했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후보 입장에서는 영호남 화합을 통한 지지층 확장이 절실했기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12월 18일 대선에서 결국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고, 선거 이틀 뒤인 12월 20일 김영삼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복권했다. 당시 사면복권은 김영삼 대통령의 제안에 김대중 당선자가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낙선자인 이회창·이인제 후보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