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다시 몰려오는데… 알바 못 구해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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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젊음의거리 한 식당 입구에 붙은 구인 공고. 곽진석 기자

“영업 제한이 풀리면서 대목인데, 알바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18일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큰 기대를 했지만, 인력난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하루 30명에 불과했던 손님이 최근 100명 이상으로 늘었지만, 홀 서빙 알바생을 못 구했다. A 씨는 급히 전에 일했던 알바생들에게 다시 나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직원이 부족해 손님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A 씨의 하루 손님은 다시 50명 선으로 줄었다.

자영업자 ‘위드 코로나’ 구인난
모집 공고 내도 지원자 없어
밀려든 손님 다 받지 못해 ‘시름’비대면 배달 추세·정부 지원 여파
청년 단기 구직 활동 움츠러들어


다른 업종의 상황도 대체로 비슷하다. 부산 수영구에서 가족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 모(31) 씨도 최근 주말 알바생 모집 공고를 인터넷에 올렸지만, 알바 문의 전화가 걸려 오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다. 이 씨는 “지난해 같으면 알바 모집 공고를 올리자마자 전화가 쏟아졌다”며 “이 시기에 구인난을 겪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알바 구인 공고가 늘었지만, 예상 외로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이 구인난에 허덕인다. 비대면으로 옮겨간 노동 시장 변화와 대면 업무 기피, 정부의 현금성 지원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알바천국에 등록된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 감소했다. 알바생을 구하는 자영업자는 증가했지만, 알바 지원자는 반대로 줄어든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나홀로 사장님’도 늘었다. 통계청 ‘2021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만 5000명 증가했다. 반대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2만 6000명 줄었다.

비대면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라이더(배달기사)’ 등의 일자리로 갈아타는 추세도 이유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배달원은 42만 3000명으로 집계돼 1년 새 약 14.2% 증가했다. 코로나19 등 대면 일자리에 대한 부담으로 구직자들이 비대면 플랫폼 노동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기존 대면 알바 수요가 줄었고, 위드 코로나 시작으로 청년들의 단기 구직 활동이 움츠러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바 인력난 원인 중 하나로 ‘구직촉진수당’ 등 정부 지원 정책도 꼽힌다. 올 1월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인데, 미취업 청년들은 중위소득과 재산 등 기준에 따라 구직촉진수당으로 월 50만 원씩 6개월 동안 최대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추진되는 지원 대책은 별도다. 일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의 순기능은 무시할 수 없지만, 구직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하 모(27) 씨는 “가게 운영 시간이 늘어난 뒤로 알바생이 감염 위험에 더욱 노출된 데다 지원금도 받을 수 있어, 그냥 정식 일자리 구하기에 집중하는 취준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각종 재정 지정을 하는 형태의 보조금 지원은 결국 일반 민간 일자리를 축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수요가 높아지는 시점과 겹쳐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온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곽진석·변은샘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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