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굿둑 이어 ‘낙동강 보’ 개방도 ‘탄력’
낙동강 보 개방과 해체에 필요한 내년 취·양수시설 개선사업 예산이 크게 증액됐다. 이로써 더디게 진행되는 낙동강 보 개방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산시민의 숙원인 취수원 다변화, 낙동강 하굿둑 개방 등과 맞물려 낙동강을 둘러싼 여러 환경 갈등이 순차적으로 풀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1일 낙동강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는 지난 19일 낙동강 취·양수시설 개선사업비를 213억 원에서 626억 원으로 413억 원을 증액해 의결했다. 당초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필요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예산안을 올렸지만, 지역 환경단체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국회에서 제대로 된 사업비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취·양수시설 개선비 대폭 증액
국회서 예산액 3배인 626억 의결
수문 개방 전 용수 확보 필수 사업
환경단체 “물흐름 회복 첫 단추”
낙동강 주요 현안 해결 발판 기대
해당 예산은 취·양수시설의 위치를 낮추는 데 쓰인다. 낙동강은 4대강 사업으로 8개 보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취·양수시설의 위치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보 수문을 개방하면 취수 등이 어려워질 수 있어, 개방 전에 미리 시설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취·양수시설 위치가 낮아지면 가뭄 등에도 농업용수 확보가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올해 관련 예산이 일부 책정됐으나, 대구 달성군 등에서 교부금을 거부하는 등 반발하면서 집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문 개방과 수문 개방을 위한 취·양수시설개선은 낙동강유역 국민의 건강과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지체할 수 없는 과제”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예산 증액 소식을 반겼다.
취·양수시설 개선사업비 증액으로 낙동강 보 처리방안 결정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낙동강 자연성 회복’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였지만, 자연성 회복의 핵심인 보 개방 작업 속도는 매우 더딘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올 1월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심의·의결하고 금강 세종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낙동강은 관련 모니터링과 용역만 진행 중이며 아직 처리 방안이 결정된 것이 없다.
보 처리 방안이 확정되면 하굿둑 개방, 취수원 다변화와 함께 낙동강 주요 현안 해결에 필요한 발판이 마련된다는 의미도 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과 관련해 수년간 진행된 개방 실험에서 월등한 생태 복원 효과가 나타났고, 최근 환경부도 염분 피해 발생에 따른 대응 방안도 확정했다. 지금은 사실상 상시 개방 선언만 남은 상황이다.
올 6월에는 낙동강 유역 물관리 위원회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를 결정해, 관련 실시 용역과 취수원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등 취수원 다변화 작업이 단계별로 진척되고 있다. 특히 일부 환경단체에서 취수원 다변화가 낙동강 수질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보 처리를 통한 자연성 회복 노력은 취수원 다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하천살리기운동본부 강호열 사무처장은 “취·양수시설 개선사업은 그 자체로도 필요한 일이지만, 낙동강 자연성 회복의 첫 단추라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며 “낙동강 보 처리에 속도를 내, 낙동강 다른 현안들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