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 보도 러-서방 ‘군사적 긴장감’ 최고조
최근 우크라이나 동쪽 국경에 러시아 대규모 군대가 집결한 가운데, 내년 초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경로, 투입 병력 등 구체적인 전쟁 시나리오가 나돌면서 러시아와 서방간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9만 2000명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시켰으며,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우크라이나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이 보도에서 러시아의 구체적인 예상 침공 경로가 담긴 지도도 함께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쪽 국경과 크림반도에서 포병·기갑부대의 공격을 전개하고 뒤이어 대규모 공수 부대 작전을 실시한다.
러, 병력 집결 내년 초 공격 예상
미·NATO, 침략 시나리오 공유
군사전문매체 등 보도 잇따라
침공 시 추가 제재 러시아 타격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러 “서방 흑해 훈련에 상황 악화”
그는 “공격이 실제로 벌어지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때보다 더 심각한 유혈사태가 날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우크라이나 내부 불안을 조성해 친서방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교체되지 않으면 군사적 침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도 미 당국의 첩보를 인용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가 담긴 정보를 지난주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공유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보도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림반도, 벨라루스 등을 통해 약 10만 명 규모의 100개 전술 대대를 우크라이나로 진격시킨다. 침공 시에는 항공 지원도 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수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했으며 예비군들은 침공한 지역에 투입돼 해당 영토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서도 미 정부 관계자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와 유사한 침공이 일어날 수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도가 잇따르자 러시아는 미국을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에서 “해외에서 군대를 데려온 사람들(미국)이 우리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에 ‘이례적인 군사 활동을 한다’고 비난한다”면서 “공포를 조장하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8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히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현대적 살상 무기를 제공하고 흑해에서 연합 훈련을 하면서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내외 상황을 볼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과 함께 추가 제재가 이뤄져 러시아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추측만 나오는 상황에서 별다른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경지대에 연합군을 대거 투입하거나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일 경우 러시아의 신경만 건드리는 꼴이 된다. 국경지대에 군사적 긴장감만 높일 수 있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수출 제한 조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자국 인플레이션, 지지율 하락세 등의 현안으로 선뜻 국외 이슈에 개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