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꿈 펼쳐 보려는 젊은이에게 도움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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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거창군 ‘사과숲애 농장’ 대표

“특허는 모두 내가 일하기 싫어 만든 작품입니다. 제가 좀 게으르거든요. 하하!”

경남 거창군 주상면 ‘사과숲애 농장’에서 만난 한상진(42) 대표가 웃으면서 한 첫 말이다. 한 대표는 과수원에 필요한 특허를 2개나 보유하고, 1개는 출원 중이다.

과수원 특허 2개 보유, 1개 출원 중
아버지에 작목 기술 배우려 고향 정착
잡초 생장 방지·반사필름 은박지 개발

한 대표는 가업을 이어 사과 과수원을 가꾸면서 아버지의 사과 작목 기술을 배우기 위해 30대인 2009년 고향에 정착했다. 아버지 호균(66) 씨는 사과로 유명한 거창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 100상자를 수확할 정도로 작목 기술에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아버지 기술을 배워 사과를 멋지게 키우겠다는 포부로 한 씨는 아버지와 일하기 시작했지만 기술은 못 배우고 허드렛일만 하게 된다. 과수원 풀 베기가 시작이었다. 드넓은 과수원 3000평의 풀을 베며 늘 불만이었다. 한 대표는 “사과나무 아래는 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일일이 예초기로 풀을 베야 했다”며 “부직포도 깔아봤으나 풀이 부직포를 뚫고 자라 부직포를 제거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힘겨운 풀베기를 피해 보려고 잡초 생장 방지장치(특허 제10-1157595호)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사과나무 아래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덮어뒀다가 필요할 때 걷을 수 있도는 장치다. 이 장치로 10일 넘게 걸리던 제초작업이 반나절 만에 끝난다. 한 대표는 “아버지의 제초작업 지시가 게으른 저에게 잡초 생장 방지장치를 만들게 했다”라고 웃었다.

게을러서 낸 특허가 하나 더 있다. 사과가 성장하면 색이 잘 나오도록 과수원 바닥에 반사필름 은박지를 깔아 둔다. 이 또한 아들 한 대표의 몫으로 15일가량 걸려 은박지를 깔고 10여 일 뒤 걷어야 된다. 은박지 깔기가 힘들어 만든 것이 농업용 시트 개폐장치(특허 제10-1208068)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필름을 깔고 걷는데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 대표는 “노동력도 절감되지만 게으른 저한테 딱 맞는 장치”라며 “이 특허도 아버지 덕분에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특허 출원 중인 가변형 수목지지대는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 내습 때 과수 지지대가 완파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했다. 이 장치는 기존 개별 지지대에 가변형 수목지지대를 추가 설치하는 것이다. 2015년부터 현장 적용 연구를 4년에 걸쳐 진행했다. 한 대표는 “가변형 지지대 설치 후 2020년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왔을 때도 지지대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가변형 수목지지대로 지난 19일 경남도 자랑스러운 농어업인상(창의개발 부문)을 받기도 했다. 한 대표는 2011년 농어촌 청소년 대상도 수상한 바 있다.

이제 한 대표는 부모와 부인 이시진(38) 씨, 딸 예주(6) 양과 함께 가업을 이어 과수원을 경영하고 있다. 젊은이가 농촌으로 많이 들어와 농촌이 활기를 띠는 데 도움도 주고, 한몫을 담당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한 대표는 “제가 겪은 많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농촌에서 꿈을 펼쳐 보려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며 “저 같은 가업 승계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함으로써 농촌을 활기차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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