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 유혈 진압’ 반성·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
전두환 씨가 23일 사망했다. 전 씨는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집권해 제11·12대 대통령을 지냈다. 전 씨는 8여 년간의 통치 기간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유린했다. 언론 통폐합으로 언론자유를 짓밟았다. 혹시나 하고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사죄와 참회는 마지막까지 없었다. 국민들이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국가보훈처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 자는 이제 부끄러운 역사로 남게 되었다. 다시는 이 땅에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 낱낱이 밝혀
불행한 역사 반복 안 되도록 해야
전 씨는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12·12 군사 쿠데타 일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족들을 통해서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5·18 사망자는 지금까지 모두 6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도 전 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법적인 평가가 끝난 사건인데도 당시 유혈 진압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5·18 당시 최초 발포 명령자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 조금이라도 홀가분하게 생을 마감할 기회를 놓친 것이 유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부산에 와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라고 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윤 후보가 광주에 찾아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시민들의 항의로 인해 5·18 묘역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5·18에 대한 역사의 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12·12 및 5·18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및 특별조사위원회 등을 거쳤지만 완전한 진상규명이 되지는 못했다. 전 씨 사망을 계기로 미완 상태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이 더 늦기 전에 세상에 드러나길 기대한다.
대법원이 전 씨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한 서울고법 판결을 확정한 게 1997년 4월의 일이다. 24년이 흘렀지만 1248억 원만 집행하고 미납 추징금 956억 원가량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전 씨 사망으로 미납 추징금을 전액 환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등 정부 당국이 생존 당시 숨긴 사자(死者) 은닉재산에 대해 끝까지 환수할 방법을 찾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전 씨는 갔지만 유가족의 할 일은 남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전 씨가 미납한 추징금을 완납하고, 국민들에게 고인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