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비수도권 차별과 겹치는 ‘학교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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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하 사회부

의 기획시리즈 ‘학교가 사라진다’ 취재 중 만났던 최용준 교사는 올 2월 폐교된 좌성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으로 근무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취재진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 줬다. 사진 속에는 운동장에 학생 한 명이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사진). 무슨 장면인지 궁금해하던 기자에게 최 교사는 “학교가 사라진 뒤에도 아이들이 종종 학교를 찾는다”면서 “이 아이는 학교 운동장에 드러누워 햇볕을 쬐는 걸 행복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작은학교가 아이들에게는 우주와도 같은 존재였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번 기획시리즈를 취재하며 만났던 사람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작은학교를 유지하는 게 돈 낭비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교육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 나아가 작은학교를 통폐합해 인력과 자원을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접하고 씁쓸했던 적도 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수도권 집중을 옹호하는 논리와도 묘하게 겹쳤다. 비수도권 시민이라면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살고 있으니, 인력과 자원을 수도권에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학교가 밀집된 서부산권의 옛 공업지역이나 원도심은 부산 내에서도 고령화 가속화와 인구유출로 소멸 위험 지역으로 급부상하는 곳이다. 이곳의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어차피 떠날 사람은 다 떠났다. 남아 있는 아이들 상당수는 조손 가정이나 한 부모가정, 다문화가정에서 온다”고 토로했다. 교육당국이 학생 수에 집중할 게 아니라 지역 특성과 아이들 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작은학교의 교육적 효과를 무시한 채 통폐합을 밀어붙이는 근저에는 “큰 것이 낫다”는 맹목적인 믿음도 깔려 있었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2중주·3중주·4중주 등 소수 인원의 다양한 실내악보다는 무조건 오케스트라만 해야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엔 ‘평균적인 학교’에서 ‘평균적인 교사’ 아래 ‘평균적인 학생’만 키워 내려는 것이다. 미래교육 도입에 목청을 높이면서도, 여전히 고루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다만 부산시교육청이 뒤늦게나마 작은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성화 교육과정 운영으로 소규모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썼다. 김 교육감의 다짐대로 행동이 뒤따를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hsh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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