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숨통 틔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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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 이후 금융감독 당국의 압박 속에 줄곧 가계대출을 조여온 시중은행의 ‘대출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가장 선제적으로 실수요자 위주 가계대출 규제에 나섰던 KB국민은행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잔금대출) 규제를 조금씩 풀기 시작했고, 하나은행에 이어 농협은행도 틀어막았던 주택담보대출 창구 일부를 다음 달부터 다시 열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은행들은 최근 몇 달간 가계대출 억제 방안의 하나로 일제히 깎았던 우대금리를 조금씩 되살려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총량 관리 여유 생겨 규제 완화
국민, 전세대출 ‘일시 상환’ 허용
농협, 주담대 재개 방안 검토
하나, 신용·비대면 다시 취급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방식 가운데 대출자가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지금까지 KB국민은행은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대부분의 전세자금대출은 일시 상환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보통 2∼3년인 전세자금대출 기간에 원리금을 나눠 갚는 것이 대출자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대표적 실수요자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8월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말 대비 7%를 넘어서자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뒤 지난달 18일에야 전세자금대출만 일단 다시 시작한 상태다.

하나은행도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하나원큐 아파트론)을 다시 취급하기로 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도 전면 재개한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문턱을 조금씩 낮추는 것은, 금융당국의 지도 아래 지난 수 개월간 강력한 규제를 실행한 결과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소 진정돼 대출 총량 관리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변화에 따라 최근 몇 달간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일제히 깎은 우대금리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요구에 부응해 주로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실제 대출금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제 “은행이 지나치게 대출금리를 많이 올린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금융당국조차 태도를 바꿔 “대출금리를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하자 은행들은 우대금리 일부를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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