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거나 조심스럽거나… 노태우 때와 사뭇 다른 조문 분위기
23일 전두환 씨의 사망 소식에도 추모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전 씨 친구이자 육사 동기였던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문 행렬이 줄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전 씨의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 씨의)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전 씨는)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별세 때와는 달리 근조 화환을 보내거나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주·정의 “예우 불가”
국힘, 개별 조문은 허용 방침
고향 합천서도 추모행사 없을 듯
여당도 전 씨가 민간인 학살과 쿠데타에 대한 사과 없이 사망한 점을 짚으며 어떠한 예우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민주당 선대위 첫 대선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라며 “현재 상태로는 아직 조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같은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역사를 인식한다면 국가장 이야기는 감히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성찰 없는 죽음은 유죄”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공식적인 조문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개별 정치인들의 애도에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조문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전직 대통령이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2시간가량 지난 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의 문자를 통해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정정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당 대변인을 통해 조문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국민과 함께 조문할 수 없는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이 대표와 윤 후보 등 야권은 물론, 송 대표와 이 후보 등 여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다만 심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조문에도 나서지 않았다.
전 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마을도 조용한 분위기다. 내천마을 이희재 이장은 “여기 주민들도 마음속으로는 추모할지 몰라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합천군도 “군 차원의 분향소 설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자행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 생존자 최승우 씨는 "사람 죽여 놓고 사과한다고 해서 절대 용서는 안 되지만, 죗값에 대한 기본적인 사과는 해야 인간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은철·류영신·손혜림 기자 eunch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