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차 이전 문 정부 ‘손 놨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이 현 정부에서는 사실상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공약을 했고, 그동안 여권 인사들이 수차례 당위성을 언급하면서 비수도권 지자체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지만 결국 ‘희망 고문’으로 끝난 셈이다.
김부겸 총리, 기자간담회
“차기 정부에 넘기도록 준비”
현 정부, 사실상 포기 밝혀
文 대선 공약 ‘희망고문’ 끝나
이전 시기 ‘차일피일’ 우려도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금은 (문 대통령의 임기)6개월 동안 사실상 어렵다”면서 “다음 정부가 오면 딱 넘겨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대선)후보자들이 전국을 다니면서 약속하고 있지 않느냐”며 “대상기관, 규모, 원칙, 1차 공공기관과의 시너지 등을 종합 검토해 다음 정부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총리는 “정부가 워낙 이걸(공공기관 2차 이전) 건드리기에는 갈등이 크다”면서 “(차기 대통령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뒷받침하는 준비 계획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요청해 놓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연설을 통해 ‘122개의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희망찬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논의만 하다 좌절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역 불균형도 풀지 못한 숙제”라면서 “정부는 마지막까지 미해결 과제들을 진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다음 정부로 노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점에 사실상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총리가 차기 정권에서 차질 없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해 놓겠다고 밝혔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전 청사진을 새롭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권력의 속성상 과거 정부의 계획안을 그대로 실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이전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의 시각이다.
여당 국회의원 71명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소멸 가속화를 막기 위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갈등조정 협의체 구성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다. 또 경남 창원시를 비롯한 전국의 비수도권 9개 지자체장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촉구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김 총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동안 현 정부 임기 내에 어떻게든 공공기관 이전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역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대선을 앞두고 지역 간 갈등 등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여권 핵심의 인식을 바꾸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