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토큰으로 부산 부동산 사고판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누구나 손쉽게 적은 금액으로 부산 지역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내달 시작된다.
세종텔레콤은 12월 중순께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 투자 및 수익 배분 서비스’를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다고 23일 밝혔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 사업으로 지정된 해당 사업은 부동산 펀드를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증서(토큰) 형태로 발행해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또한 개인 간에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부동산 집합 투자 서비스 내달 오픈
토큰 형태로 수익권 쪼개어 발행
주식처럼 누구나 소액 투자 가능
기본 구조는 기존 부동산 펀드와 유사하다. 건물 등 부동산에 대한 수익권을 블록체인화한 토큰 형태로 쪼개어 발행한다. 투자자는 세종텔레콤이 개발한 디앱(Dapp,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토큰을 구매할 수 있다. 토큰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부동산의 임대수익에 대한 배당을 받으며, 구매한 토큰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도 있다. 기존 부동산 펀드가 대부분 기관과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한 상품인 까닭에 일반 투자자의 투자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에 비해 해당 서비스가 시행되면 누구나 손쉽게 부동산 펀드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텔레콤은 앱 출시 이후 우선 2주간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 이벤트를 실시한다. 계좌 개설 업무와 부동산 수탁 업무는 부산은행이 담당한다. 투자 대상인 부동산은 부산 지역의 부동산으로 한정하지만, 투자자의 경우 전국 어디서 거주하든 비대면으로 부산은행 계좌만 개설하면 투자가 가능하다.
첫 번째 투자 대상 부동산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부산 동구 초량동 소재 건물로, 시가가 400억 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정확한 건물 명칭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대기업의 지점이 장기간 입주하고 있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기에 적합한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부동산에 대한 첫 투자(공모)는 계좌 개설 이벤트가 끝나는 시점인 2022년 1월이 될 전망이다. 해당 부동산에 대한 토큰은 1좌당 1만 원으로 예정하고 있다. 일반인은 한 펀드에 2000만 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며, 특정 소득요건을 구비한 투자자(소득적격 투자자)는 4000만 원까지 투자 한도가 늘어난다. 3월부터는 해당 토큰에 대한 개인 간 거래도 가능해진다.
세종텔레콤의 이번 사업은 국내 자산유동화형 증권형토큰(STO)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해외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부동산의 유동화, 리츠 등 금융상품의 토큰화 등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STO가 자본시장법상 증권인지의 여부가 명확하지 않으며, 증권으로 인정받더라도 발행과 사업 시행을 위한 여러 법적 제한이 컸다. 세종텔레콤의 경우 부산 블록체인 특구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법적 제한으로부터 특례를 적용받아 이번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관과 일부 사모펀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부동산 펀드 투자에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