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손보험 적자 3조 6000억 추산
올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가 대폭 올랐으나 다시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손해보험사의 일반 실손보험의 ‘손실액’은 1조 9696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손실액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마이너스 값은 실손보험의 적자를 뜻한다.
역대 최대 규모 손실 예상 속
업계 “내년 보험료 인상 필요”
9월 말까지 손해보험업계는 실손보험 가입자로부터 위험보험료 6조 3576억 원을 걷었으나 보험금으로는 그보다 2조 원 가까이 더 많은 8조 3273억 원을 지급했다.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은 131.0%를 기록했다. 보험료 수입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31% 더 많은 ‘적자 구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실 예상액은 약 2조 9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세 실손보험 계약에서 손해보험사의 점유율이 80% 수준임을 고려하면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전체 실손보험의 올해 적자는 3조 600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위험손해율은 보장이 더 후한 옛 실손보험 상품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구(舊)실손보험의 올해 3분기까지 위험손해율은 무려 140.7%로 나타났다.
올해 4월 1세대 상품에 대해서는 최고 21.2%의 보험료 인상률이 적용됐으나 손해율은 전년 동기(141.7%)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경영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으려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내년에도 2·3세대 상품의 보험료가 두 자릿수로 인상된다면 3∼5년 주기의 갱신이 도래한 가입자는 50% 넘게 인상된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대책은 고삐 풀린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손실액 규모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상대적으로 훨씬 보험금을 많이 타간 1세대 가입자에게 더 높은 인상률을 적용하는 것이 그나마 형평성 논리에 맞다”고 지적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