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의 錢錢긍긍] 금리인하요구권 아시나요?
경제부 금융팀장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연 0.75%에서 연 1%로 인상됐다. 기준금리가 오른 만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이미 많이 올랐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방법의 일환으로 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정책 때문이다. 실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이미 1년 새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신규로 대출을 내는 이들은 대출 문턱이 높아져 걱정이다. 미리 발빠르게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부러울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대출자들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특히 무리하게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은 경우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큰 골칫거리다. 후자의 이유로 고민하는 차주들이라면 ‘금리인하요구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이 은행 등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가계대출을 받은 경우는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등급 개선 △전문자격증(의사·회계사 등) 취득 △부채 감소 △재산 증가 등 요건에 해당하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연말연시는 다른 시즌보다 기업별로 인사이동 등 신상 변화가 잦은 철이다. 인사철 모처럼 승진한 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축하할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가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본인이 거래하는 금융사 영업점이나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대출자는 금리인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증빙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이후는 금융사가 이를 재평가한 뒤 접수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이메일·문자메시지·전화 등을 통해 결과를 통지하게 된다. 심사 결과 대출자의 자료가 금리인하 요건을 충족한다고 인정되면 금융사가 알아서 금리를 낮춘 새 약정서를 안내하고, 대출자는 그 조건을 보고 약정을 체결하면 된다.
2002년부터 자율적으로 시행된 금리인하요구권은 2019년 법제화 이후 더욱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대출계약 이후 소비자의 신용상태가 기존 계약 당시 신용상태보다 상대적으로 좋아졌음에도 기존 계약 신용상태를 기준으로 산정한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19개 은행에서 금리인하를 요구해 대출 금리를 낮춘 고객 수는 총 75만 9701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11만 5629명, 2017년 9만 5903명, 2018년 11만 5233명, 2019년 20만 7455명, 2020년 22만 5481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