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면충돌 치닫는 부산시-의회, 시민은 안중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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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부산시의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단초는 시가 제공했다. 시의회의 부적격 판정에도 박형준 시장이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두 공공기관의 사장 임명을 강행해 시의회의 반발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후보자 지명 때부터 소통이 없었던 시의 행보가 화를 부른 셈이다. 하지만 사태를 악화시킨 데는 시의회의 책임도 있다. 사전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부산경제진흥원장 후보자의 인사검증회 일정을 다음 달 13일로 확정 공표함으로써 시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시의회는 시에 일정을 공식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독자적으로 날짜를 확정했다고 하나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시 산하 기관장 임명 두고 갈등 심화
국비 확보 등 현안 해결에 힘 모아야

두 기관이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인데, 실제로 지난 22일 시의회 정례회 본회의는 또 다른 인사검증회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신상해 의장은 작심한 듯 “시의회 인사 검증의 진정성과 순수성을 폄하하지 말라”며 박 시장에게 강한 유감을 전했다. 신 의장은 또 “박 시장의 공공기관장 임명 강행은 협치의 가치를 짓밟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진 인사검증특위는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시의 행태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시의회는 또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 부산관광공사 등 예정된 공공기관장 인사 검증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고 시를 압박했다. 하지만 박 시장을 비롯한 시 당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시와 시의회 간 갈등은 시의회 내홍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시의회의 인사 검증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시의 결정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규정하고, 시와 시의회의 협치가 흔들리는 상황의 책임이 전적으로 시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박 시장의 임명권 행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민주당 시의원들의 비판이 오히려 시정 발목 잡기라는 입장을 보인다. 나아가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23일 “민주당과 시의회는 부적절한 인사개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까지 냈다. 함께 힘을 모아 시정을 감시하고 이끌어야 할 시의회가 또다시 여야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 된 것이다.

시의회가 검증 수위를 대폭 높이겠다고 선언한 만큼 앞으로 있을 나머지 공공기관장 임명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도시기능 유지에 중추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의 경영이 꽤 오랜 기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처럼 부산 시정을 집행하고 감시하는 시와 시의회가 충돌하고 시의회마저 내부적으로 분란을 겪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아야 한다. 무엇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국비 확보를 위해 시와 시의회가 손을 맞잡고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갈등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도 시의회도 “시민의 입장에 서겠다”고 하지만 시민의 귀에는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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