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0%대 저금리 시대 마감, 생활경제 연착륙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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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인상했다. 유례없던 ‘제로 금리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0%대 저금리 시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급격히 내리며 시작됐다. 1년 8개월 만에 1%대 금리로 다시 정상화된 것이다. 게다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팬데믹에 따른 통화 완화 정책이 긴축 기조로 본격 전환했다고 보고 대비할 때다. 저금리 시대의 종료에 따라 많은 대출로 아파트를 샀거나,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한 ‘빚투족’의 금융부채 부담이 심해졌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명심해야 한다.

통화 완화 정책 긴축 기조로 전환
금융부채 부담 심화 등 명심할 때

금리 인상은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과 가계 부채 급증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했다. 올해 물가 상승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올 1∼10월 소비자물가 누계 상승률은 2.2%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2.0%)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하면서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5%에서 2.0%로 수정됐다. 가계 부채도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세계 주요 37개국 가운데 가장 높고,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 대출 규제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한은은 내년 1분기를 포함해 내년 중 기준금리를 두세 번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로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갔다. 미국 통화 당국의 최근 움직임을 볼 때 금리 인상 조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뒤늦게 금리를 급히 올리면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생활경제의 연착륙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 취약 계층의 타격이 커진다. 특히 목돈을 대출받아 부동산 막차에 올라탄 서민들의 경우 집값이 추락하고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가계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단기간에 이자 부담이 커졌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2조 9000억 원이 증가한다. 올해 두 차례 인상으로 5조 8000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가계 부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있어야 한다.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물가 상승세는 어느 정도 둔화시킬 수 있어도 경기침체나 금융 부실 가능성은 높아진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꼭 필요하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 금융당국, 정부,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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