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그린테크’ 스타트업, 잇단 ‘투자 러브콜’ 인기몰이
사회 전 영역에서 ‘탄소제로’로 가기 위한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 ‘그린테크’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달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 ‘B. 스타트업 스테이션’을 만든 구글(Google)도 부산만의 강점을 살린 그린테크 기업들을 유심히 보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소재 개발 케미폴리오
폐어망 재생 나일론 생산 넷스파
20억~30억대 자금 유치 성공
산림 복구 키트 코드오브네이처
구글 측과 기술 비전 대화 나눠
캐슈너트 껍질에서 초고순도 ‘카다놀’을 추출해 이를 바이오 소재로 개발하는 부산 스타트업 케미폴리오는 최근 부울경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와 신용보증기금, 미래과학기술지주, 한국과학기술지주, 롯데벤처스로부터 약 2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아이디어 단계를 지나, 완성된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때 하는 프리 시리즈A 투자다.
부울경 지역 특화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는 “카다놀은 석유 기반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유가 영향을 받지 않아 가격이 안정적이며 물리적으로만 추출하기 때문에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카다놀은 특히 독성이 강한 페놀에 비해 유해 물질이 없어 유럽, 미국 등에서 각광받는 친환경 원료로 향후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다놀이나 카다놀 기반 화학 소재의 경우 바이오에폭시와 합성수지, 친환경 도료, 선박·탱크 코팅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케미폴리오는 4년의 연구개발을 통해 올 2월 순도 98.5% 이상의 고순도 카다놀을 분리하고 합성하는 핵심 원천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이철원 케미폴리오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카다놀 원료 기반 친환경 제품군을 늘리고, 기술을 전기 전자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다의 폐어망을 자원화해 재생 나일론으로 만드는 부산 스타트업 넷스파도 최근 30억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에는 벤처캐피탈 티비티(TBT),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임팩트스퀘어 등이 참여했다. 이 중 임팩트스퀘어는 넷스파 창업 초기 시드(Seed) 투자부터 참여했는데 넷스파의 해양쓰레기 해결 의지에 공감해 일찍부터 지원에 나선 것이다.
넷스파는 특히 지난 10일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서 열린 구글 ‘B. 스타트업 스테이션’ 개소식에도 부산 대표 그린테크 기업으로 초대받기도 했다. 티비티 임정욱 공동대표는 “해양쓰레기는 글로벌한 문제인 만큼, 넷스파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과 미주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끼 포자를 활용한 친환경 산림 복구 키트를 만드는 코드오브네이처도 최근 투자자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그린테크 스타트업이다. 올 9월 시리즈벤처스와 지스트롱 혁신창업펀드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고, 이달 구글 ‘B. 스타트업 스테이션’ 개소식에도 초대받아 구글코리아 사장, 부산시장 등과 함께 비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코드오브네이처의 복구 키트는 산불 같은 산림 훼손 후 기초 복구에 투입되는 비용을 7분의 1로 낮춰 준다는 점에서, 또 산림이 사라진 토양의 사막화를 막고 생태계를 빠르게 복구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리즈벤처스 박 대표는 “최근 투자업계도 수익 추구를 넘어 ESG를 함께 고려한다”며 “ESG 분야의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여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