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부족’ 경부선 지하화, 새 전략 ‘발등의 불’
부산 시민의 숙원인 경부선 철도 지하화 용역 결과, 일반적인 철도개발사업 형태로는 물론 상부 부지를 매각하고 추가 개발하는 방식으로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25일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100년간의 부산 동서단절을 해소할 필수사업인 만큼 부산시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새로운 전략을 짜고, 특히 대선 공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 발주 용역 결과 보고서
철도 부지 매각·추가 개발 불구
4개 대안 모두 “사업성 떨어져”
최적 노선 B/C 최대 0.59 불과
시·지역 정치권 대응 마련 시급
가 이날 단독 입수한 ‘경부선 철도 지하화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시는 4가지 형태의 경부선 지하화 사업성을 검토했다. 총 사업비는 방식에 따라 9318억 원에서 3조 7883억 원까지 큰 차이가 났다.
부산시는 구포덕천통합역을 새로 짓고, 백양산을 가로질러 가야역까지 이어지는 지하터널 4㎞가량을 신설하는 ‘대안1’을 최적 노선으로 정했다.
구포덕천통합역은 도시철도 2·3호선 환승역인 덕천역 하부에 들어서며 양산으로 이어지는 경부고속철도, 사상으로 나가는 경부선, 동부산으로 이어지는 동해남부선가 연결되는 복합 환승 터미널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기존 구포역은 복합문화 상생 플랫폼으로, 사상역은 스마트 신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해당 안의 총 사업비는 1조 5501억 원으로 추산됐다. 사업성을 나타내는 B/C(비용 대비 편익)는 부지매각과 상부개발을 하지 않는 일반적인 철도 사업 방식을 적용할 경우 0.33으로 나왔다. 구포역과 사상역을 매각하고 가야차량기지 동쪽 부지까지 팔아 경제성을 최대치로 높여도 B/C는 0.59에 불과했다. 통상 B/C가 1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0.7에만 도달해도 AHP(정책·지역균형발전 종합평가)를 통해 정부의 국비 지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용역 결과, 그 수준에 못 미쳤다.
다른 안들의 경우 대안1보다는 사업성이 높게 나타났다. 구포역을 지하화하는 ‘대안2’는 단계별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사유지와 겹치는 부분이 적어 용지보상비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사업비도 1조 4375억 원으로 대안1에 비해 사업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기존 노선을 일부 활용하기 때문에 노선 단축효과나 지하화 구간이 짧다. ‘대안 2-1’은 기존 구포역을 그대로 활용하고 2안과 마찬가지로 기존 노선의 일부를 이용하는 까닭에 총 사업비는 9318억 원으로 가장 낮다. 하지만 도심 단절 해소라는 당초 사업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마지막인 ‘대안3’은 구포덕천통합역을 건설하고 앞선 다른 계획과 달리 종착지를 부전역으로 삼는 것이다. 직선거리가 가장 짧지만 다수의 사유지를 지나는 까닭에 보상비 문제로 총 사업비가 3조 7883억 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B/C는 유휴 부지 매각 여부에 따라 0.14~0.24에 그쳤다.
부산 도심의 단절을 해소하고 시민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되돌려준다는 사업의 성격상 애초에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처음 확인되면서 부산시 등은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용역 발주 과정에 각종 개발 사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경부선 지하화 관련 추가 용역비 반영을 목표로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추가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보도를 통해 경부선 지하화 사업의 난항이 예상됐음에도 부산시와 여야는 대선에만 시선이 가 있다”며 “기획재정부의 예산 시트(내년도 최종 예산안) 작업이 끝나기 전에 전략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