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충돌한 부산시-부산시의회… 작동 멈춘 정무라인이 갈등에 기름 부었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는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이번에는 다음 인사검증회 일정을 놓고 또 한 번 감정 섞인 충돌을 빚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이번 사태의 근저에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정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시와 시의회 간 기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서 양측 간 갈등을 원만하게 조율해야 할 시 정무라인의 역할 미비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경제진흥원장 인사검증회 ‘갈등’
인사검증 특위 “내달 13일 개최”
시 특보 “사전 합의 없었다” 반박
내년 대선·지선 앞두고 기 싸움
부산시의회 인사검증 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지난 2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경제진흥원 원장 후보자의 인사검증회를 다음 달 13일 개최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 후보자에 대한 적격 여부가 담긴 경과보고서를 같은 달 17일 박 시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특위 발표 직후 이성권 시 정무특별보좌관은 “13일 인사검증회 개최에 대해 사전 조율과 합의가 전혀 없었다”며 반박했다. 시장이 우선 인사검증요청서를 시의회에 보내야 검증회 날짜(검증요청으로부터 10일 이내)가 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절차상 선후관계가 잘못됐다며 시의회에 관련 보도자료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특위 민주당 위원들은 예산안 심사 등으로 당초 발표한 날짜(13일) 외에는 인사검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1차적으로는 시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확정 발표한 시의회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본적인 인사검증회 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할 만큼 시의 정무 기능이 무너졌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시의 ‘빅2’ 공공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시의회 내부적으로는 조율 역할을 해야 할 시 정무라인의 소통 부족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시 정무라인이 의회와의 협의에 힘쓰기보다는 공공기관장 임명 강행 명분을 쌓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에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6일 시가 공공기관장 인사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시의회가 이번 일을 부산시민의 삶을 좌우하는 예산 심사와 연계한다면 부적격 결정이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반증”이라고 한 이 특보의 발언은 예산 심사권이라는 시의회의 고유 권한까지 건드리면서 이번 사태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노기섭 의원 등이 지난 22일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박형준 시장에게 이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고, 박 시장은 “시의회가 예산을 엄정하게 검토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시장의 복심이자 시의회와의 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정무라인이 불필요하게 시의회를 자극하면서 박 시장에게 부담만 지우게 된 셈이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시와 시의회 사이에 완충장치 역할을 해야 할 정무라인이 현재로서는 오히려 갈등의 주요 축이 돼 버린 모양새”라며 “내년 재선 도전을 위해 성과가 절실한 박 시장으로서는 주요 공약 이행을 위해 어느 때보다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 같은 ‘정무라인 리스크’는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