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년 예산에 용역비 반영 안 되면 ‘민자사업 가능성’ 검토
‘경부선 지하화’ 대안은 있나?
부산의 동서 단절 100년의 원인인 경부선. 부산 시내 이 철로를 지하화하는 것의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용역 결과가 25일 공식적으로 확인돼 부산시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내년도 예산안에 경부선 지하화 관련 용역비 반영이 어려울 경우, 민간투자 사업 전환도 검토한다.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판단(VFM)’ 명목으로 기획재정부에 국비를 요청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민자 방식 추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민자 적격성 판단 용역’ 선회 땐
국비 규모 30억→10억으로 줄어
민자 추진 땐 시민에 부담 전가
용역 결과 공개하지 않은 시와
여야 정치권에도 쓴소리 쏟아져
■민자로라도 추진?
부산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경부선 철도 지하화 기본계획수립 용역비’가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이 어려워지면 시에서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를 활용, 민자 사업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는 쪽으로 선회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될 때를 대비해서 실행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기본계획수립이 아닌 민자사업 적격성 판단 용역으로 선회하면 확보할 수 있는 국비 규모가 3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시는 국비 확보 연속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국회를 찾아 부산 의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시는 사업의 지속성을 이유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설명이지만 용역 결과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은 까닭에 민자 형식으로 개발 방식을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자로 전환하더라도 참여 의지를 밝히는 개발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최근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 대한 여론이 날로 악화돼 가는 가운데, 지자체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최소한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 일반 기업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민자로 진행되면 시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전망이다. 민자 사업의 경우 상부 부지를 건설 업체에게 일부 제공하거나 개발 이익을 기업이 가져가게 되는데, 당초 경부선 지하화 사업의 취지인 ‘시민에게 환수’라는 취지와 반대된다. 수익성을 이유로 업체에서 과도한 통행료를 요구해 결국 시민들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선 후보들 공약화 요청
부산시가 경부선 지하화 사업을 두고 딜레마에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 혼란을 이유로 용역 결과를 비공개한 것이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어느 사업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큰 사업인 만큼 지역 사회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기재부 대응 논리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 보안만 강조한 시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사업 취지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간 경부선 지하화 공약을 공언해온 여야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올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지역균형뉴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면서 기재부와 상당 부분 협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 국민의힘도 여당 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지부진한 반응을 보여왔으며 특히 재선을 노리는 박형준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부산의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의 대선 공약화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지상 철로로 인한 도심 단절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며 “다음에 부산을 찾을 때는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내놓도록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