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심 개시 촉구하는 최말자 씨. 연합뉴스

56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는 가해자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최말자 씨가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최 씨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처벌한 56년 전 사건. 대법원은 재심 개시로 정의 실현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 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6일 경남 김해의 한 마을에서 자신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는 21세 노 모 씨의 혀를 깨물며 저항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했다.

대법원 재심 개시 촉구하는 최말자 씨. 연합뉴스

당시 노 씨는 혀 1.5cm가 잘려나가 접합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열린 1심 재판에서 최 씨는 중상해죄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 씨는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구속 수사를 받은 탓에 구치소에 6개월 수감됐다.

최 씨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 부산여성의전화와 상담한 끝에 지난해 5월 자신의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부산지법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 재심 개시 촉구하는 최말자 씨. 연합뉴스

그러나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권기철)는 올해 2월 최 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권 부장판사는 "재심 청구를 기각하는 재판부 법관들의 마음이 가볍지 않다. 열아홉 소녀가 오로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혀를 깨문 것"이라면서도 현행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재심 청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