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공약 ‘구체적이고 선명’… 지역 공약 ‘포괄적이고 희미’
<부동산·에너지·복지·여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00일 남은 대선 승리를 위해 부동산 공약에 공을 들인다. 대장동 이슈와 종합부동산세 논란까지 맞물려 집값 폭등 해법이 유권자 선택의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 이념 프레임과 지역주의 등이 퇴색하고, 생활밀착형 이슈가 점령하는 최근 선거 분위기도 공약집이 부동산으로 채워지는 이유다.
두 후보는 당장 부동산 세제에 대한 관점이 전혀 다르다. 이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전면에 내걸며 그 수단으로 국토보유세(기본소득 토지세) 도입을 내세웠다.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겨 세수 전액을 본인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 0.17%를 1.0% 수준까지 끌어올려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목표다. 보유세 확대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국토보유세 도입해 기본소득 예산으로
풍력 등 재생에너지 어디서나 생산·판매
공공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 50% 이상
디지털 성폭력 대응 컨트롤타워 설치
지역 공약은 ‘문재인 시즌 2’에 불과
윤 후보 초점은 감세다.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포함해 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개편이다.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는 매각 또는 상속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다주택자에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절반(50%) 깎아 줄 계획이다.
둘 다 임기 중 주택 250만 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방법은 다르다. 이 후보는 5년 내 신규 공급목표 250만 호 중 최소 100만 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하는 등 전체 5%에 못 미치는 장기임대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 도심 주요 지역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공공 중심의 규제 강화, 윤 후보는 민간 중심의 규제 완화로 볼 수 있다.
에너지 정책도 대립각이 선명하다. 이 후보의 에너지 공약은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이 후보는 “각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생산하고 팔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반 탈원전을 내세운다. 윤 후보는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무지가 부른 재앙”이라며 “저비용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전력과 수소 같은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데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방 소멸 해법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분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주요 정책으로 분류하는 기류다. 경기지사를 지내는 등 주로 수도권에서 정책을 펼친 이 후보와 정치 경력이 없는 검사 출신 윤 후보의 최대 약점이 지역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완성을 최우선 공약을 내건다. 세종시에 대통령 제2 집무실을 설치하는 한편, 행정부처를 추가 이전해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강원과 충청, 호남을 잇는 ‘강호축’을 균형 발전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지만 ‘문재인 시즌 2’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윤 후보는 지방에 행정 권한과 예산을 파격적으로 위임,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이루겠다는 생각이지만 포괄적인 구상에 불과하다. 지역공약으로 ‘2027년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과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를 발표한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동산 세금 줄이고 재개발 규제 완화
원자력을 에너지 생산 수단으로 활용
양육수당 30만 원으로·5세 무상 교육
권력형 성범죄 방지 위한 3법 신속 입법
지방에 권한 위임 같은 윤곽만 있을 뿐
영·유아와 어르신 돌봄 공약에도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공공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영·유아도 필요하면 인근 어린이집에서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0∼2세 가정양육수당을 30만 원으로 인상하고, 만 5세는 전면 무상보육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도 강조점이 다르다. 이 후보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디지털 성 착취물이 유포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술개발 투자를 약속했다. 또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젠더폭력 관련 보호제도를 개편하고 피해자 보호 체계를 빈틈없이 구축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성범죄 양형 기준과 양형 인자 강화, 권력형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 확대,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 3법 신속 입법 등을 약속했다. 무고죄 처벌 강화로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했고,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조직 개편 방안도 제시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