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롯데타워 계획서에 “시민 우롱” 비난 고조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인 ‘부산 롯데타워’ 건립 계획(부산일보 10월 12일 자 3면 등 보도)이 올해 안에도 답을 찾지 못하고 표류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측이 최근 부산시에 롯데타워 건립 실행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세부적인 건립 내용은 모두 빠진 ‘맹탕 계획서’로 확인돼 시민을 우롱한다는 비난이 높다.
롯데그룹, 최근 부산시 독촉에
실행계획 뺀 채 달랑 1장짜리 내
시, 당혹감에 재요청 공문 보내
롯데, 지역 외면 속 ‘희망고문’만
“부산시 강력 대응해야” 여론
28일 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중순 부산시에 롯데타워 건립 실행계획서를 제출했다. 롯데그룹 측이 2019년 타워 건립 계획을 수정한 이후 어떠한 공식 입장도 표명하지 않자 지난달 시가 나서서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명시된 실행계획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2019년 롯데그룹 측은 ‘롯데타운’ 건설계획을 내놓은 지 10여 년 만에 층수를 대폭 낮추고 전망대 등을 짓겠다며 축소된 건설계획을 새로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 롯데그룹 측이 제출한 실행계획서에는 정작 ‘실행계획’이 없었다. 시에 따르면 롯데그룹 측이 제출한 서류는 달랑 1장짜리였으며, 롯데타워 건립 사업의 착공과 완공 등 시기, 규모 등 건립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 답변서류에서 롯데그룹은 ‘롯데타워의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계획해 2022년 상반기에 건축심의 접수를 목표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내년 상반기 건축심의 접수를 목표로 한다면서, 이를 위한 실행계획은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이를 두고 시도 ‘무늬만 계획서’였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 건축정책과 측은 "최근 롯데그룹에서 제출받은 관련 서류는 세부적인 건립 계획 등 내용이 다 빠져 있었으며, 타워 관련 자료가 일부 포함돼 있긴 하지만 건립 실행계획서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달에 이어 최근 롯데그룹 측에 세부적인 실행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다시 발송하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시는 또다시 롯데그룹의 결단을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는 롯데그룹 측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민간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롯데타워 건립은 지난 25년여간 지지부진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1995년 ‘롯데타운’ 건설 계획을 세웠다. 107층 높이의 마천루 롯데타워와 백화점, 마트 등이 들어서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이후 해당 부지에 백화점, 아쿠아몰, 마트 등의 상업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왔으나 정작 핵심시설인 롯데타워는 한 층도 올리지 못했다. 사업성을 이유로 롯데타워 안에 주거시설을 넣겠다는 요청이 결국 무산된 후 공사는 무기한 중단됐다. 2019년 롯데그룹은 기존 건설계획을 백지화했다. 당초 약속했던 107층(510m)에서 60층(380m) 규모로 층수를 낮추고 주거시설 대신 공중수목원이 있는 전망대로 개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롯데타워 건립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중구 롯데타워 대상지 일대 백화점, 아쿠아몰 등에는 계속해서 임시사용 승인이 나갔다.
이를 두고 부산지역 시민사회에서는 대기업이 지역을 외면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당초 롯데그룹 측이 세웠던 계획과 달리 타워에 주거시설이 빠지면서 사업성 하락으로 사업 진행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타워 건립 계획을 보완 중인 단계로 서둘러 방향성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타워 외관 디자인 등 건립 계획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세부적인 건립 계획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며 “부산시와 협의하면서 조속한 롯데타워 사업계획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변은샘·곽진석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