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만에 열린 부산~괌 하늘길 ‘설렘 반, 걱정 반’
부산~괌 노선 여객기가 약 1년 7개월 만에 기대에 찬 승객을 태우고 날아올랐다. 부산의 해외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재확산과 새 변이 등장이 변수다.
지난 27일 오전 6시께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이른 새벽 시간인데도 청사 내엔 조명이 환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19개월간 중단됐던 부산-괌 노선이 이날 재개되면서 승객들이 청사를 찾은 것이다. 패스트푸드점 등 청사 내 상점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에어부산 여객기에 30명 탑승
가족 방문객·골프족 등 들떠
제주항공도 내달 사이판 운항
오미크론 확산, 노선 확대 변수
출국장 앞에서 만난 승객들은 개인 또는 가족 여행객, 괌의 친지를 방문하는 승객 등으로 다양했다. 승객들은 오랜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을 크게 반겼다. 부산 해운대에 거주하는 50대 승객 A 씨는 “골프를 좋아해 해외여행을 기다렸는데 최근 인터넷에서 부산에서 괌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여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괌에 거주하지만 가족 병문안을 위해 경남 김해를 자주 찾는다는 60대 승객 B 씨는 “지금까지 인천에서만 출입국이 가능해 이동 시간이 더 걸려서 너무 불편했다”면서 “김해공항 노선 운항이 다시 시작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출국 심사 과정에서는 해외여행에 필요한 관련 서류 제출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승객은 “공항 직원이 코로나19 백신접종 입증 서류의 이름 기재 방식을 혼동해서 알려줘서 서류를 여러 번 작성해야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에어부산이 운항한 여객기에는 총 30명이 탑승했다. 230석 규모의 항공기 좌석의 13% 수준이다. 에어부산 측은 매주 토요일마다 부산-괌 노선을 운항하고, 다음 달 중 사이판 노선을 재개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직은 해외여행객 수가 많지 않지만 점차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방역에 신경을 기울이면서 국제선 운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도 다음 달 15일 사이판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 사이판은 다음달 1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 영문 증명서, 72시간 이내 발급한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면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
하지만 28일 하루 부산에서만 코로나19 확진자가 150명에 육박하면서 국제선 재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새 변이 ‘오미크론’ 감염 사례도 속속 확인되면서 전 세계는 다시 입국과 방역을 강화하는 추세다.
부산시도 향후 감염 확산세 추이에 따라 국제선 확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부산시는 항공사 경영 악화 등을 고려해 괌, 사이판에 이어 싱가포르, 태국 등 노선을 확대해 국제선 노선을 주 7회까지 증편할 계획이었다.
부산시 공항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난 1년간 먼저 운영된 부산~칭다오 노선에서 기내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방역에 철저히 신경 쓰면서 국제선 재개 확대를 추진 중”이라면서도 “국토부와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확대 여부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