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노레일 등 관광시설 안전 불감증 대형사고 부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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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끝자락에 위치해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경남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 욕지도 여객선 선착장과 천왕산 대기봉을 잇는 욕지도 모노레일의 차량이 급경사 구간에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5m 아래로 튕겨 나갔다고 한다. 사고로 50~70대 관광객 8명이 골절과 출혈 등 중상을 입고 육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롤러코스터가 들어오듯이 드르륵 쾅 하면서 바닥에 굴렀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있을 정도다. 자칫 구조물과 충돌했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이었다. 늦가을을 만끽하려던 평화의 섬에서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부실 시공 의혹 불거져
사고 원인 수사 및 대책 마련 시급

통영시와 통영관광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욕지도 모노레일은 2019년 12월 상업 운행 직후부터 부실 공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통영시 감사에서도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졌고, 지난해 6월 레일 일부 구간이 차량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함몰 변형돼 수차례 레일 교체 작업을 벌였다. 선로 정비를 위한 휴장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고는 기본적으로 안전 점검 및 기계 정비 소홀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차량 속도를 자동적으로 낮추는 ‘감속 장치’가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실 공사와 기계 결함, 지자체의 안전 관리 부실까지 모두 포함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전국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는 관광 시설에 경종을 울린다. 지자체마다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루지 등 비슷한 관광시설을 너도나도 도입해 한정된 국내 관광객을 뺏으려는 경쟁 상황이 벌어지면서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운행되는 140여 개 모노레일에서 센서 오작동과 외부 충격,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한 멈춤, 운행 중 충돌 등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안전사고만 최소 40건에 이르지만, 전문기관 차원의 조사와 집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허술한 감독과 안전 불감증으로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소멸시대에 대응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이해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과 안전이다. 급경사 능선을 오르내리는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집라인과 같은 관광용 이동 장비는 안전장치 구비와 철저한 기계 점검이 최우선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지자체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광시설 안전사고 집계와 원인 및 안전 점검, 사후처리 등 안전관리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전 불감증이 예기치 못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 시설 안전부터 관리 시스템까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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