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 위드 코로나… 자영업자 "또 터지면 탈출구 없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박 모(55) 씨는 요즘 들어 다시 불면증에 시달린다. 이달 초 단계적 일상회복에 발맞춰 아르바이트생 2명을 새로 뽑았는데 며칠 사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박 씨는 “7~8명 이상의 단체 예약을 해 놨던 손님들이 하나둘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지난해 이맘때로 돌아가 월세는 물론 알바생 인건비마저 걱정해야 할 판국”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는 데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연말 국제선 재개만 바라봤던 항공업계도 세계적인 국경봉쇄가 현실화하면 날개를 접을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말 모임 예약 취소 문의 빗발
채용 알바생 인건비 부담 가중
동네 가게들 다시 셔터 내릴 판
해외 항공노선 재개 계획 재검토
피해보상금도 현실성 안 맞아
적정 보상 요구 목소리 쇄도
해운대구에서 단체모임 위주의 식당을 하고 있는 업주 김 모(58) 씨는 “각종 모임이 몰리는 연말연시는 한 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즌이다”며 “당장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벌써부터 매출에 타격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번화가가 아닌 동네에서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를 맛보지도 못한 채 다시 깊은 수렁 속에 빠지는 것 같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40) 씨는 “외출을 하면 아예 작심하고 서면 등 번화가로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배달을 시켜 먹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고착화됐다”며 “우리처럼 동네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하는 사람들은 솟아날 구멍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대책으로 마련한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부산중소상공인 생존비상대책위원회연합 권도일 위원장은 “정부는 손실보상금이 최대 1억 원이라고 홍보했지만, 대다수 소상공인들이 손에 쥔 돈은 고작 200만 원 안팎”이라며 “차라리 벌금을 내더라도 불법 영업을 하는 편이 재정적으로는 훨씬 나았을 거란 자조가 나온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금처럼 코로나가 확산세에 접어들면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코로나 확산세를 체감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정 모(33) 씨는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직원들끼리 외식을 격려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부서별로 회식 금지령이 내려왔고, 친구들과 약속했던 송년회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 국제선 취항을 예정했던 항공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제선으로 수익을 내려면 최소 주 2~3회 취항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괌 국제선이 취항했지만 예약률은 20% 안팎으로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오미크론 때문에 매일 방역당국의 정책과 뉴스를 체크하면서 국제선 취항 확대를 놓고 장고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전했다.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업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부산의 한 호텔 관계자는 “싱가포르 등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불씨가 살아나려던 참에 오미크론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연말에다 불꽃축제까지 재개한다고 해서 아르바이트와 정직원 채용도 검토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안준영·권상국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