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두절 이준석 ‘부산행’ 선택한 이유는
30일 오전 ‘금일 이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다’는 공지를 남긴 뒤 잠적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날 오후 측근들과 함께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 관계자의 접촉 시도나 언론의 시선을 벗어나 ‘장기전’에 돌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저녁 8시께 초선 의원 5명과 술자리를 갖던 도중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메시지를 남긴 데 이어 이날 오전 공개일정을 전격 취소했고, 외부와의 연락도 끊은 채 잠행에 들어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불발과 자신이 반대한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임명 등 ‘이준석 패싱’ 논란에 대한 항의성 시위로 풀이됐다. 이에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시를 받은 권성동 당 사무총장이 이날 오후 이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렸다. 오전까지 상계동 자택에 머무르던 이 대표는 오전 10시께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에 들렀다가 1시간여 만에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후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대표의 부산행에는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 김철근 정무실장 등 측근들이 동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사람 모두 부산과는 연고가 없다는 점에서 되도록 서울에서 멀리 벗어나 향후 행보를 고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가 이른바 ‘진박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버린 ‘옥새 파동’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윤 후보 측의 ‘패싱’ 행태를 당시 친박계의 전횡과 연결 지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의 돌발 잠행에 당은 하루 종일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이대로는 대선이 위태롭다’며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조기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중진 의원들의 공개 요구가 잇따랐고,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의총을 열어 진통을 거듭 중인 선대위 구성이나 이 대표 잠적 사태 등에 관해 논의했다. 윤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초선 서일준 의원은 이 회의에 참석해 이 대표 패싱 논란과 관련, “실무진 선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날 국민의힘 당원 실명게시판에는 이날 하루에만 10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는데, 대부분 이 대표에 대한 비판 글이었다. 당원들은 “정권 교체 실패하면 이 대표 책임”, “당 대표에서 탄핵해야 한다”는 격앙된 글이 잇따랐다. 반대로 이 대표를 강력히 지지하는 에펨코리아 등 2030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 사퇴하면 이재명을 지지할 것”, “윤 후보가 뒤통수쳤다”는 윤 후보 측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